인간 대 AI '번역' 대결 누가 이길까

김지민 기자
2017.02.13 03:20

딥러닝 통해 배우지 않은 언어조합도 기계 번역 가능…이달 전문 통역사와 구글·네이버 번역기 대결

인간과 인공지능(AI)간 번역 대결이 펼쳐진다면 누가 이길까.

세종사이버대학교와 국제통번역협회가 오는 21일 인간 전문 번역사 대 구글·파파고(네이버) 번역기간 번역 대결을 펼치기로 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인터넷 실시간 번역기에 접목되면서 과거에 비해 번역 품질이 확실히 좋아진 건 맞지만 전문 번역가의 직감과 노하우를 넘어서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발빠른 기술진화 속도를 고려하면 통번역 영역마저 기계가 정복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광석화’ 번역 발전…딥러닝의 힘=인공지능이 통번역 프로그램에 접목되기 전까지 인터넷 실시간 번역 서비스는 단어 뜻풀이를 나열한 수준에 그쳤다. 우리 말과 어순이 비슷한 일본어 번역은 눈대중으로 가늠했지만, 영-한 번역의 경우 어학사전을 찾는 게 속 편할 정도였다. 2007년 구글이 채용한 기계번역(PBMT) 기술은 이보다 개선된 서비스다. 문장을 단어 뿐 아니라 구문 단위로 끊어서 해석해준다. 그러나 한 문장을 구 단위로 쪼개서 개별적으로 번역하기 때문에 문장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긴 쉽지 않았다.

달라진 건 지난해 인공 신경망에 기반한 기계번역(NMT·Neural Machine Translation) 기술이 상용화되면서부터다. 특정 언어를 떠올리면 개념화, 추상화하는 인간의 뇌 구조에서 착안했다.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간의 규칙을 알려주고 수많은 번역결과를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스스로 학습한다. 구문이 아닌 문장 전체를 통째로 번역 단위로 간주한다. 때문에 단어 혹은 구문 단위로 끊던 이전 방식보다 정확하면서 자연스러운 표현이 가능하다.

네이버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자사의 번역기 ‘파파고’에 NMT 기술을 도입했다. 네이버 어학 사전에 나와 있는 예문, 영화 자막, 지식인 답변 등의 데이터로 학습을 시킨 결과, 현재는 한국어와 영어 번역 정확도가 두배 이상 높아졌다는 게 네이버측의 설명이다. 뒤이어 구글도 신경망 기반 번역기술을 도입했다. 현재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칼어, 중국어, 일어 등 8개 언어, 16개 언어 조합에 적용하고 있다. 구글 검색에 잡힌 전세계 언론사의 자국어 뉴스 서비스와 위키피디아 등을 교제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구글 리서치의 마이크 슈스터 전문가는 “구글이 GNMT 기술을 도입한 후 한·영 번역 트래픽이 두 달 만에 50% 이상 증가했다”며 “이는 번역의 정확성과 품질이 개선된 결과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인공지능 번역 프로그램의 진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러 개 언어가 섞여 있어도 특정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다중언어모델’ 기법에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언어 조합을 기계 스스로 번역해 내는 ‘제로샷 번역’ 기술로까지 발전했다. 가령 ‘다중언어모델’을 활용하면 ‘日曜日の朝に 뭐하니’와 같이 한 문장 안에 두 개 언어가 섞여 있는 경우에도 ‘What are you doing on Sunday morning’와 같이 하나의 언어로 통일해 표현할 수 있다. 언어간 유사성이 있는 한국어, 일본어, 터키어 등에 특히 많이 활용된다. 제로샷 번역 기술을 이용하면 일본어를 영어로, 중국어를 영어로 번역했던 데이터만 갖고 있을 뿐 일본어를 중국어로 번역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도 일본어-중국어 간 원활한 번역이 가능해진다.

◇통역사도 못하는 번역 가능할까=인공지능 통번역 시스템 기술 진화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전망이다. 현재 구글 번역 프로그램의 경우, 언어가 달라도 의미가 같은 문장을 알아서 분류하며 학습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이렇게 되면 문장당 번역하는데 드는 시간이 0.2초로 단축되는데, 전 세계 언어가 이런 속도로 번역된 전례가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언어별 희귀한 문장과 익숙지 않은 표현법 등 인공신경망 기반의 통번역 기술이 넘어야 할 난관이 없지 않다”면서도 “기술의 발전속도를 보면 스마트폰만 있으면 가이드 없이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굳이 어렵게 외국어를 공부할 필요까지 없지 않을까. 이에 대해 기술 전문가들은 외국어 학습은 여전히 인류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슈스터는 “다른 나라 언어를 학습하는 방법이나 독서 등을 통해 언어 이상의 것을 배운다”며 “언어를 배우는 것은 구글 번역과 관계없이 반드시 계속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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