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화웨이의 '마이웨이'

강미선 기자
2018.07.05 04: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중국 화웨이가 뜨거운 감자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향후 5년간 2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수주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부터다. 국내 이통사들도 ‘화웨이’를 변수로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했다.

발주자 입장에선 입찰에 참가하는 플레이어가 많을 수록 유리하다. 미리 장비 공급사를 점찍어놨더라도 말이다. 입찰 경쟁자를 빌미로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가격 협상을 벌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내 이통사들에게 화웨이는 더없이 좋은 꽃놀이패다.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 주요 메이저 장비 공급업체보다 ‘가성비’에서 비교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렇다고 화웨이 장비를 무턱대고 도입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미국 정부가 보안을 이유로 화웨이 장비를 외면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보안 관점에서 이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LG유플러스가 과거 LTE(롱텀에볼루션)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도입했을 때도 논란이 많았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중국기업들에 대해 비우호적인 국민 정서도 문제다. 벌써부터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이통사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때문에 화웨이가 단순히 협상카드 용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화웨이 논란의 기저에는 중국산 제품을 무조건 ‘싸구려 저가’로 얕잡아보는 우리 사회의 선입관이 깔려있다.

화웨이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화웨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을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통신장비 시장에서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를 제치고 점유율 1위(28%)를 차지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는 2위를 넘보고 있다.

통신 사업에 올인한 결과다.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 925억달러(약 100조원) 중 89.6%인 821억달러를 통신장비와 휴대전화에서 거뒀다. 지난해 이 분야 연구개발비는 전체 매출의 14.9%인 138억달러(약 15조원)로 그 비율이 삼성전자의 2배에 달한다. 화웨이 직원 18만명 중 연구개발 인력은 44%인 8만여명이다.

‘가라앉은 배 옆으로 배 천 척이 지나가고, 병든 나무 앞 둥치에서 만 그루 나무가 봄을 알린다(沈舟側畔千帆過, 病樹前頭萬木春).’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 회장은 화웨이가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이같이 비유했다. 블랙베리, 모토롤라 등 스마트폰 시장에서 침몰해간 수많은 배들의 자리를 지나 ‘추격자’ 화웨이는 그렇게 커갔다. 이제는 삼성을 능가하겠다는 야심이다. 어찌보면 ‘적진’인 한국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화웨이를 보면서 “화웨이는 성공하지 않았고 그저 성장할 뿐”이라는 런정페이 회장의 말이 새삼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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