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가 뭐길래…3조원짜리 '쩐의 전쟁'

오상헌 기자, 김주현 기자
2020.05.06 16:13

[MT리포트]ⓛ 내년 역대 최대 통신 주파수 320㎒ 재할당...전체 78% 재할당, 정부vs업계 줄다리기

[편집자주] 수조원대 주파수 전쟁이 시작됐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은 국가로부터 주파수를 빌려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현재 쓰고 있는 주파수 대역 중 78%가 내년 중 이용 기간이 끝난다. 이통사들이 계속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재할당 대가를 내야 한다. 문제는 기준 잣대가 모호해 정부가 어떻게 대가를 산정하느냐에 따라 수조원을 더 내고 덜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와 정부가 밀당을 벌이고 있는 주파수 재할당 이슈를 점검해봤다.
무선 기지국.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비싸다. 5G(5세대 이동통신) 투자 여력을 확보해 달라.” vs “국가 희소 자원이다. 적정 대가를 내는 건 당연하다.”

내년 이동통신용 주파수 재할당을 앞두고 통신업계와 정부가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2G·3G·4G(LTE)용으로 사용 중인 총 320㎒(메가헤르츠) 대역 주파수 면허기간이 내년 중 만료된다. 전체 이동통신 주파수의 78%에 해당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주파수를 계속 쓰려면 정부에 이용 대가를 다시 내야 하는데 가격이 문제다. 기존 산정 방식을 적용할 경우 재할당 대가가 3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신 3사는 안달이다. 가뜩이나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과도한 비용 부담 요인이 발생한다는 우려에서다. 대가 산정 방식을 합리적이고 납득할 수 있게 바꿔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배경이다.

반면 정부는 “적정 대가를 내는 건 사업자의 당연한 의무”라며 난색을 표한다. 주파수 할당 대가를 덜 내려는 통신업계와 더 받으려는 정부간 ‘쩐의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통신 3사 주파수 78%가 내년 중 이용기간 만료
/표=김다나 디자이너 기자

휴대전화 서비스는 주파수를 기반으로 한다. 주파수는 음성 통화와 문자·데이터가 오가는 일종의 ‘무선 도로’다. 하지만 무제한 쓸 수 없는 국가 유한자원이다. 상업용도인 이동통신 주파수의 경우, 정부가 경매제 등을 통해 비싼 이용료를 받는 이유다.

이용기간(5~10년)도 정해져 있다. 기간이 끝나면 다른 용도로 활용하거나 기존 사업자에게 재할당한다. 현재 이동통신 용도로 통신 3사가 쓰는 주파수 대역은 총 410㎒ 폭이다. 이가운데 내년 6월 125㎒, 12월 195㎒ 폭의 이용기간이 끝난다.

재할당 대가, 앓는 통신업계 vs 단호한 정부

내년 재할당을 앞두고 통신업계에선 벌써부터 앓는 소리를 낸다. 모호한 주파수 재할당 산정 방식 탓에 과도한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전파법 시행령(14조)에 따르면 재할당 대가는 실제·예상매출액의 3%에 유사 주파수의 과거 경매 낙찰가를 추가 반영해 산정한다.

통신 3사의 실제 매출액에 기반한 주파수 재할당 대가(합산)는 대략 1조44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과거 경매 낙찰가를 반영하면 대가가 2조8800억 원으로 두 배 뛴다. 이용기간과 경매가 반영 비율에 따라 재할당 대가가 3조원을 훌쩍 넘길 수도 있다.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에도 통신업계에선 4조원 규모의 5G 투자도 예정돼 있다. 이를 고려해 정부가 기존 산정 방식을 합리적이면서 투명한 기준으로 고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게 통신 3사의 주장이다. 지난달 ‘5G+ 전략위원회’에서 구현모 KT 사장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 방식을 개선해 달라는 업계 공동 의견을 건의하기도 했다.

정부 입장은 단호해 보인다. 주파수 할당 대가는 사실상 준조세 성격이 강한 만큼 기업이 원하는 대로 낮출 순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희소자원인 주파수에 적정 대가를 부과해 경제적 가치를 회수하는 것은 기본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주파수 이용기간 만료 1년 전인 오는 6월까지 주파수 재할당 원칙을 정한 뒤 연말까지 재할당 대가 산정 방식과 이용기간 등 재할당 세부 조건을 마련키로 했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등 산하기관과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반을 꾸려 재할당 폭과 대가, 기간 등 세부 정책 방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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