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달라”vs“제값 내야”…주파수 재할당 쟁점 뜯어보니

“깎아달라”vs“제값 내야”…주파수 재할당 쟁점 뜯어보니

오상헌 기자, 김주현 기자
2020.05.06 16:27

[MT리포트]주파수 전쟁 ② 과거 경매가 재할당 대가 반영 여부 '이견'

[편집자주] 수조원대 주파수 전쟁이 시작됐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은 국가로부터 주파수를 빌려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현재 쓰고 있는 주파수 대역 중 78%가 내년 중 이용 기간이 끝난다. 이통사들이 계속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재할당 대가를 내야 한다. 문제는 기준 잣대가 모호해 정부가 어떻게 대가를 산정하느냐에 따라 수조원을 더 내고 덜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와 정부가 밀당을 벌이고 있는 주파수 재할당 이슈를 점검해봤다.

“코로나19로 꺼진 경기 활성화를 위해 5G(5세대 이동통신) 투자도 본격화되는데 주파수 재할당 대가가 과도하면 부담이 더 커진다. 대가 산정 방식만이라도 합리적으로 개선해 달라.”

구현모 KT 사장이 지난달 ‘5G+ 전략위원회’에서 통신업계 대표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건의한 내용이다. 최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검토는 하겠다”고 했지만 과기정통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의 원칙과 기본 입장을 담은 설명자료를 예고없이 배포했다. 통신 3사가 지난 2월18일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낮춰 달라며 전달한 공동 건의문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업계 건의를 사실상 거부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업계 “낙찰 받을때 가치와 달라” vs 정부 “재할당과 신규할당, 본질 같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기존 주파수 재할당 산정기준에 ‘과거 경매 낙찰가’ 반영토록 한 규정이다. 전파법에 따른 재할당 산정 기준은 주파수 실제 매출액과 예상 매출액을 혼합한 금액의 3%. 여기에 더해 과거 경매 낙찰가격도 추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시행령에 규정돼 있다.

2016년 2.1㎓ 대역 주파수 재할당 할 때도 이 기준이 적용됐다. 당시 정부는 통신사 실제 예상 매출액 3%와 과거 경매 낙찰가를 50%씩 반영했다.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내년 통신 3사가 320㎒ 폭 규모의 주파수를 재할당받는 데 드는 비용은 총 2조876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통신 3사가 각각 9000억원에서 1조원 가량 부담해야 한다. 반면 경매가를 반영하지 않았을 경우 예상 대가는 1조4361억원 수준이다. 경매가 반영 여부에 따라 재할당 대가에 2배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업계는 신규 5G 할당 주파수가 아니라 2G·3G·4G LTE 용도로 활용되는 주파수를 과거 경매가까지 연동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내년 주파수 재할당은 기존 4G 이하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목적인데, 신규 할당 당시의 미래 가치가 반영된 경매 최고가를 반영하는 건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폭당 매출이 매년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파수 확보 경쟁이 치열하던 시기 낙찰가보다 현재의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따졌다.

정부 입장은 다르다. 주파수 재할당은 이용기간 종료로 권리가 끝난 주파수를 새롭게 할당하는 개념이라는 것. 재할당과 신규 할당이 본질 면에서 다르지 않다는 논리다. 재할당 역시 경매처럼 진입 비용적 성격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희소자원인 주파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려면 적정한 대가를 부과해야 한다”며 “신규 할당이 아닌 주파수 재할당의 경우에도 전파법의 취지대로 적정한 경제적 가치를 회수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라고 했다.

예상 매출액 산정 기준도 모호…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 재설정 돼야

예상 매출액을 추산해 재할당 대가 산정에 반영하는 부분도 논란이다. 예상 매출 규모는 해당 주파수에 기반한 미래 서비스 가치를 산정한 금액인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다. 그 절차가 불합리하고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주파수 할당의 경우 사업에서 발생한 매출을 고려해 대가를 산정토록 ‘전파법 개정안’이 국회 발의된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는 “재할당 비용의 예측성과 산정 방식의 투명성을 높이려면 정부가 예상 매출액과 근거를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강도 높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른 매출 정체에 5G 조기 투자 압박까지 이어지고 있는 통신업계의 속사정이 주파수 재할당 비용 논란의 근원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산정하는 부분에서조차 정부 재량권이 과도하다는 인식이다.

통신업계 추정
통신업계 추정

정부도 딜레마다. 코로나19 경기 부양책으로 5G 조기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파수 유지비용까지 높이면 최종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주파수 할당 대가를 낮게 받으면 정부 스스로 세수를 줄였다는 비난과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 참에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과 대가 산출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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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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