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도전'을 연출한 MBC 김태호PD가 넷플릭스 독점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소식에 최근 방송가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BC에 소속돼 있는 현직 PD가 지상파 플랫폼을 놔두고 넷플릭스에서만 방송되는 독점 콘텐츠를 연출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독점 콘텐츠 확보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면서 이 같은 사례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특정 콘텐츠가 'OTT의 정체성'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 제작사는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지만, 동시에 콘텐츠에 적합한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늘었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선 보고 싶은 영화를 보려면 반드시 특정 OTT에 가입해야만 하는 일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지난 9일 MBC 김태호 PD와 손잡고 예능 시리즈 '먹보와 털보'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맛에 진심인 '먹보' 비(정지훈)와 노는 것에 진심인 '털보' 노홍철이 바이크를 타고 떠나는 로드트립 버라이어티다. 현재 주요 촬영을 모두 마치고 후반작업을 진행중이다.
먹보와 털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자 독점 콘텐츠로 전세계 190여개국에 공개된다. 김태호 PD가 속한 MBC에서는 방영할 수 없다. MBC가 넷플릭스에서 제작비를 지원받고 넷플릭스 플랫폼에 특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사실상 '제작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MBC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된 것은 플랫폼으로서 지상파 채널의 영향력이 약화된 가운데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를 통해 MBC 콘텐츠를 전세계에 송출하며 접근성을 높일 수 있고,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선지급하기 때문에 재원에 대한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시장은 여러번 시도해서 하나가 대박이 나면 다행인 '실패의 자유'가 필요한 시장"이라며 "최근 제작비 단가가 급등하면서 위험을 감수하기가 어려워졌고, 이런 상황에서 방송사가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OTT와 손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제작사와 플랫폼의 역할이 분리되면서 OTT가 제작비를 보장하며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독점계약을 맺는 구조가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콘텐츠 제작사는 내수시장만으로 높은 제작비를 충당할 수 없고, OTT는 전세계에 내보낼 독점 콘텐츠가 필요하다. 양쪽 간 니즈가 들어맞은 셈이다. 이 같은 방식은 최근 LG유플러스와 CJ ENM 간 갈등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콘텐츠 사용료 갈등에서도 자유롭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은 "자체적으로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제작해 내보내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시대를 지나 앞으로 OTT업계는 제작사와 손잡고 '익스클루시브(독점) 콘텐츠 전략을 많이 쓰게 될 것"이라면서 "콘텐츠 중첩이 계속 없어지면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과는 다른 경쟁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료방송 시장은 주요한 콘텐츠들이 겹치기 때문에 경쟁력이 가격 등 다른 요소에서 나온다면 OTT는 '진짜 자기 콘텐츠' 만으로 경쟁구도가 짜여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11월 디즈니+ 국내 진출로 이같은 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즈니+는 한국 진출 선언 후 국내 OTT에서 자사 콘텐츠를 모두 회수했다. 디즈니+가 국내 콘텐츠 제작사와 독점 콘텐츠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넷플릭스와 수급 경쟁에 돌입하면 국내 콘텐츠 제작사의 협상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제작사의 협상력이 높아지면 제작비와 일수 수익을 받고 지식재산권(IP)를 모두 넘겨야 하는 기존 모델도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전처럼 한 OTT에 인기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끌어다놓는 것보다는 다른 곳에 없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수급, 제작하는 것이 필수가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시청자가 편성권을 가진 시대가 됐다"며 "결국 보고 싶은 콘텐츠에 따라 이번달에는 이 OTT를 구독했다가 다음 달에는 다른 OTT를 구독하는 등 소비자 선택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