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도전적·혁신적 연구개발과 전략적 선택

오세홍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평가분석본부장
2021.09.02 14:44

최근 정부는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을 통해 국가연구개발 중에서 '도전적·혁신적 연구개발'을 별도로 정하고 파괴적 혁신을 이끌어 낼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도전적·혁신적 연구개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그 자체로 국가연구개발 패러다임의 새로운 전환점이다. 연구개발 성실실패를 인정하는 등 기존 국가연구개발 시스템 전반에 걸쳐 필요한 사항을 개선하고 제도화하면 되는데, 굳이 법으로 도전적·혁신적 연구개발을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서 그 대강을 살펴보자.

첫째, 기회의 신(神)을 움켜쥐기 위해 일정 규모의 과감한 투자를 하자는 것이다. 도전적·혁신적 연구개발은 성공하면 그 가치가 상당(high return)한 반면, 실패 확률이 매우 높고 실패할 경우 가져야 할 부담 또한 크다. 연구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사업화 성공은 또 다른 난제로 남는다. 그래서 정부가 기회를 창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는 산·학·연 혁신주체들의 이해관계를 넘어 재정의 일정 부분 이상을 도전적?혁신적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고위험 연구개발에 대한 과소 투자를 극복하고, 기술패권경쟁에서 국가경쟁력을 유지, 확대하는 수준의 도전적·혁신적 연구개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도전적·혁신적 연구개발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그 틀을 잘 만들자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도전적·혁신적 연구개발이 잘 착근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기존 국가연구개발 체계와 다르게 운용할 필요와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대로 된 시스템을 장착해야 하고, 제도화로 뒷받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 차원에서 최고 수준에 도전할 분야를 정하고, 별도의 예산 주머니에서 사업 기획 내용에 따라 배정한다. 예비타당성조사는 면제하거나 기술성평가만으로 최소화한다. 연구비 집행은 연구개발혁신법의 큰 틀에 따르되, 성과평가는 범부처 차원의 '국가평가단'을 구성해 기회 선점 여부 등 사업 주체가 제시한 성과목표 달성 여부를 중심으로 단계별 평가하는 것이다.

셋째, 도전적·혁신적 연구개발의 성과가 현실화 되도록 규제의 질과 역할을 새롭게 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최신 기술을 이용한 혁신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같은 신기술을 활용해 기존 산업 경쟁력을 높이거나,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법·제도와 규범은 상대적으로 정적이고, 본질적으로 지체현상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도전적·혁신적 연구 성과의 현실화 과정에 규제가 사라진다면 소비자는 신기술·신서비스에 불신을 가질 수 있고, 회복이 곤란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도전적?혁신적 연구개발과 규제는 필수불가결의 관계다.

/사진제공=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현행 과학기술기본법 법령 구조로는 도전적·혁신적 연구개발을 실제 운영하고 지원하는 데 한계가 예상된다. 필요하다면 '(가칭) 도전적·혁신적 연구개발사업을 위한 지원 특별법'을 통해 고(高) 난이도 기술의 조기 확보와 다양한 연구기관의 참여를 유인하는 것도 시도할 만하다. 금지와 허용의 기준이 명확하면 그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집행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도전적?혁신적 연구개발 관련 특별법은 금지된 것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의 전형(典型)이 돼야 할 것이다. 티끌만한 장애물이라도 도전적?혁신적 연구개발의 앞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 이제 전략적 선택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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