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현금받는 '황금알 거위 통신' 옛말…3사 '구독' 매달린다

김수현 기자
2021.09.04 06:38

[인싸IT]Insight + Insider

사진은 홍대 T팩토리에 마련된 전시체험 공간 '미퓨의 방'에서 SKT 홍보 모델이 구독 서비스를 체험하는 모습 /사진=SKT

통신업계에 '구독 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매달 이용자에 통신요금을 받으며 성장했던 통신사들이 새로운 '캐시카우'로 구독사업을 택했다. 코로나19로 급성장한 온라인 시장에서 고객을 묶어놓고 현금 매출을 꾸준하게 올리려는 목적이다.

구독시장 뛰어든 SKT, 'T우주'본격 뛰어들었다는데…

SK텔레콤은 지난달 31일 구독 패키지 상품인 '우주패스(월 4900원·월 9900원)'를 출시했다. SK텔레콤 고객뿐 아니라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서비스도 자사 상품 위주가 아닌 아마존, 11번가,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등 다양하게 뒀다.

SK텔레콤은 출시를 기념해 첫달은 100원·1000원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이용자 초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구독 시 제공되는 11번가 3000포인트와 아마존 5000원 쿠폰 2장을 이용해 온라인 쇼핑 몇번만 해도 본전은 뽑는다는 반응이다.

SK텔레콤은 구독 사업이 통신 외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 강남과 가로수길에 시범 운영 중인 구독 전문 매장을 향후 1000개까지 늘리고, 1200여명의 구독 전문 컨설턴트를 배치해 전국민에게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구독 상품을 추천하겠다는 포부다.

통신사들이 구독 경제 공략 나선 이유는
LG유플러스는 비금융회사 중 최초로 LG전자의 가전렌탈서비스 '케어솔루션'에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형인 '텔코스코어'를 제공한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모델이 '케어솔루션'으로 이용할 수 있는 LG전자 생활가전 9종 중 정수기를 이용하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통신사에는 매월 이용자들이 내는 일정 규모의 현금이 유입된다. 하지만 국내 무선통신시장은 포화상태를 넘어선지 오래다. 5G 이동통신 등 세대를 거듭할수록 투자비용은 늘지만 그만큼 높은 성장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통신처럼 지속적으로 현금이 유입되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최근 구독사업에 힘을 주는 이유다.

구독서비스 사업자로서 최적의 환경도 갖췄다. 매달 요금을 받으며 통신서비스를 제공했던 경험과 더불어 이미 고정적인 가입자를 보유했고, 빌링 시스템 및 전국 매장 등의 인프라까지 보유했다. 이용자 기반 빅데이터를 모으기도 비교적 수월하다. 영역을 넘나들며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AI를 기반으로 이용자 개인 취향을 분석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대표는 "SK텔레콤은 지난 35년간 통신사업을 수행하며 연간 2000만개 구독형 상품을 판매해왔고 매년 수천만명의 고객이 만나는 접점을 갖고 있다"며 "구독서비스가 결국 통신 회선 외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라고 자신했다.

렌탈·상권분석 등 다양해지는 구독 형태

구독경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자리잡으며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구독경제 시장은 40조1000억원 규모로 2016년보다 5% 성장했다. 특히 구독서비스의 원조 격인 렌털 시장 역시 MZ세대가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LG헬로비전은 전국 케이블TV 고객 접점을 토대로 렌탈 사업을 벌여 왔는데, 핵심 고객층인 3040세대에 인기를 얻으며 2016년 출시 이래 연평균 70%씩 성장 중이다. LG유플러스도 최근 통신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해 신용이 낮은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도 LG전자의 가전렌탈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큰 목돈을 들여 제품을 구매하기보단 원하는 기간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소유보단 이용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KT는 B2B(기업고객) 구독 사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일례로 연내 빅데이터 상권분석 서비스 'KT 잘나가게'를 유료화 기반의 소상공인 마켓플레이스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월정액 요금을 받고 지역 상권분석 데이터를 제공하고, 개인 신용도 외에 가게 매출이나 수익성을 이용한 신용대안평가모델을 개발해 새로운 대출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도대체 몇 개나 구독해야?…"구독도 피곤해"
여러 개의 OTT를 구독해야 하는 현상을 나타낸 밈. /사진=트위터

다만 이용자 입장에선 여러 기업의 구독서비스가 늘어나다 보니 1인당 구독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구독 서비스를 동시에 가입하다 보니 경제적인 부담 증가뿐 아니라 심리적인 피로를 느끼는 '구독 피로'(subscription fatigue)' 현상까지 등장할 정도다.

한 이용자는 "앞으로 다달이 나가는 구독료가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 같다"며 "자동으로 정기결제가 되는 만큼, 자칫 신경쓰지 않으면 잘 쓰지도 않는 서비스 구독에도 다달이 돈이 빠져나갈 수 있어 관리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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