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대신 우티로 불러주세요"…모빌리티 '쩐의 전쟁' [인싸IT]

이동우 기자
2021.11.12 06:00
/사진제공= 우티(UT)

"손님, 혹시 우티(UT)로 다시 콜을 불러주시겠어요?"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빈 차'로 배회영업 중인 택시를 잡자 기사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우티에서 최근 기사들에게 프로모션을 강하게 하고 있으니, 앱으로 콜을 잡아달라는 말이었다. 손님도 할인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니냐는 말도 곁들였다. 움직이는 택시 안에서 앱을 깔고 우티를 누르자, 기사는 잽싸게 콜을 낚아챘다.

그런 뒤 기사는 "카카오 말고 우티 쓰세요", "그래야 택시기사들이 콜을 받아요", "기왕이면 몇푼 더 벌면서 영업하는 게 낫지", "우티가 미국 회사 우버가 하는 데라 돈이 많아", "카카오는 큰일 났어요 이제" 등의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20여분을 달려 택시가 여의도에 도착해서야 아저씨의 넉살과 작별할 수 있었다.

모빌리티 '쩐의 전쟁' 시작됐다, 우티의 택시기사 모시기
/사진=우티(UT) 택시기사 앱 화면 캡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심야 택시 대란이 한창이다. 부쩍 늘어난 저녁 모임에 택시를 한 번 잡으려면 칼바람 속에서 20~30분 기다림은 기본이다. 절대적인 택시 운행량 부족에 더해 모빌리티 업계발(發) '쩐의 전쟁'이 불거지면서다.

택시 업계에 따르면 우티는 이달 우버와 티맵모빌리티 통합앱 출시를 기념하며 택시기사를 상대로 강력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승객에게 한 달간 2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데 더해 택시기사에게도 운행 당 별도 금액을 지불한다.

해당 프로모션을 일주일 단위로 진행 중이다.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우티는 비가맹 택시가 콜을 받아 첫 운행을 마치면 2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운행 건당 3000원씩 최대 50회, 15만원까지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8일부터 오는 15일까지는 운행 완료 건당 3000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새로운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다. 가맹 택시에는 건당 5000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최대 50건으로 비가맹과 가맹은 일주일간 각각 15만원, 25만원의 추가 수입이 가능하다. 프로모션이 한 달간 진행된다고 보면 월 100만원을 더 벌 수 있다.

심야 택시 운행률↓ 카카오도 힘 못쓰고, 택시가 갑
서울역 택시 승차장에 택시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 사진=뉴시스

최근 심야에는 우티가 카카오보다 더 잘 잡힌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우티가 프로모션을 통해 택시기사를 끌어당긴 배경이 있던 셈이다. 승객들은 카카오로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가 오질 않으니 자연스럽게 우티를 깔게 됐다. 최근 우티의 신규 설치 건수는 카카오T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 기준 서울시 택시는 7만1765대(개인 4만9162대, 법인 2만2603대)다. 이 가운데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운행 택시는 약 2만5000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인택시가 3부제(2일 운행 후 3일째 강제 휴무)의 적용을 받고 운전자의 75% 이상의 60대 이상인 탓에 심야 운행률은 급격히 떨어진다.

이처럼 제한된 공급에서 끌어오기 경쟁을 해야 하니 심야에는 택시가 갑(甲)이고, 선택권을 쥔다. 우티가 수입 일부를 보전해주니 평소 30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의 콜을 앞세운 카카오T도 힘을 쓰지 못한다. 이는 마치 단건배달 라이더(배달원) 확보를 위해 배달앱간 프로모션 경쟁이 펼쳐지는 상황과 유사하다.

업계에서는 우티의 공격적 행보가 계속되면 카카오의 아성도 위태로울 것으로 진단한다. 2018년 타다의 급성장에는 '강제배차'로 승객들에게 '잘 잡힌다'는 이미지도 있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우티의 물량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연말을 앞두고 택시가 우티 쪽으로 이동한다면 승객들도 자연스럽게 우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생에 발목 잡힌 카카오…우티와 타다에 추격 허용할까
서울에서 운행중인 카카오T 택시 모습. / 사진=뉴시스

지난달 금융 플랫폼 토스가 인수한 VCNC도 우티와 마찬가지로 '쩐의 전쟁'이 한창이다. 다음달 '타다 베이직' 같은 대형 택시 모델 재현을 앞두고 최대 4100만원 지급 조건으로 택시기사를 모집 중이다. 스타리아 9인승, 4세대 카니발 등 대형 차량 1000대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맞불을 놔야 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잔뜩 움츠러든 모양새다. '플랫폼 갑질' 비판에 대한 후속으로 파트너와 상생에 주력 중인 상황이라 신사업이나 프로모션에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측은 CEO(최고경영자) 직속 상생협력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소통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 업계의 반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택시 4개 단체는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 없는 상생안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배차 알고리즘 공개, 기사 대상 유료 서비스인 '프로멤버십' 폐지, 가맹 수수료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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