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배달의민족(배민)·쿠팡 이츠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체와 생각대로(로지올)·바로고 등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에 대해 배달기사(라이더)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배달대행 플랫폼 업계는 직고용이나 계약 관계가 아닌 라이더의 산재·고용보험 가입에 이어 안전 책임까지 묻는 것에 대해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16일 배달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주 배민라이더스 운영사 우아한청년들에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했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위반했다는 명목이다. 배민라이더스는 라이더의 이륜차(오토바이) 정비 상태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고용부로부터 과태료 고지서를 받은 건 맞다"며 "고용부가 업체를 대상으로 소명자료 제출이나 의견 청취 등을 준비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과태료 부과 대상은 배민 뿐만이 아니다. 배달대행 1위업체인 생각대로(로지올)도 같은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는 고용부가 지난달부터 전국 28개 음식배달 플랫폼 업체를 대상으로 산안법 준수 여부 점검에 돌입한 데 따른 조치다. 현장 조사가 이달까지 실시될 예정이어서 적발 업체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점검은 법 위반 등 의무 이행이 미흡한 배달 플랫폼을 단속하면서 라이더 산재사고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취지다. 고용부가 음식 배달 플랫폼 운영 업체만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부는 업체를 방문해 라이더의 안전과 직결된 산안법 의무 이행 여부를 살피고 있다. 세부 내용은 안전모(헬멧) 착용 지시, 최초 등록 시 면허증 및 안전모 보유 여부 확인, 안전운행 및 산재예방 관련 사항 정기적 고지, 산재를 유발할 정도로 배달 독촉 금지, 이륜차 정비 상태 확인, 비정상 작동 이륜차 탑승 금지 지시, 안전보건교육 실시 등이다. 이를 통해 고용부는 배달 라이더의 산재사고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산재사고 감축을 위한 보완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배달 앱 이용이 폭증하자, 라이더의 안전사고도 덩달아 늘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 업무 중 사고로 숨진 라이더는 2017년 2명, 2018년 7명, 2019년 7명, 지난해 17명, 올해 상반기 12명으로 증가 추세다. 이에 고용부는 배달 플랫폼 업체에 라이더의 안전을 철저히 관리하고 책임질 것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배달 플랫폼 업계는 라이더의 안전 관리가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들은 불만이 크다. 라이더와 직접 배달업무 위·수탁 계약을 맺는 배민라이더스·쿠팡이츠·요기요익스프레스는 일부 책임 소지가 있다고 쳐도, 라이더와 계약관계가 아닌 배달대행 플랫폼까지 안전관리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시각에서다. 배달대행 플랫폼을 통해 배달하는 라이더는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로 봐야한다는 것.
실제로 배달대행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라이더의 90% 이상이 프리랜서 형태로 근무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대행 플랫폼은 배달을 수행할 수 있는 장을 깔아주는 역할을 할 뿐인데, 이는 시장의 고용 구조를 모르는 정부의 무지로 볼 수 밖에 없다"며 "규제 강화속에 배달 플랫폼 군기잡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단속 기준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면허증 및 안전모 보유 여부는 라이더가 전용 앱상에서 직접 체크를 해야 하는데, 이를 업체가 일일이 관리하기 불가능하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안전 교육은 그렇다쳐도 40만명에 달하는 라이더 개인의 헬멧 착용, 이륜차 정비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는게 가능한가"라며 "정부의 기준대로라면 모든 배달 플랫폼이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의 이번 제재로 삼중고에 빠졌다. 라이더 산재·고용보험료 비용에 안전 책임까지 더해지면서 수익 악화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라이더 보호 기조는 강화되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 7월부터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고) 직종의 산재보험 가입을 사실상 의무화했다. 이로써 라이더 한명당 한 달에 약 3만원의 비용을 사업주와 라이더가 나눠 부담하게 됐다. 또 내년부터는 고용보험 가입도 의무화되면서 사업주와 라이더가 각각 라이더 매출의 0.7%씩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