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공룡 카카오가 밑바닥부터 요동치고 있다. 창업자는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로에 서고, 주요 계열사 사업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부도덕하다"고 비판했다. 카카오 임직원들은 과거 공중분해됐던 국제그룹을 떠올리며 카카오 공동체 전체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급격히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내부 시스템과 경영진의 의식이 여전히 스타트업 수준에 머물렀던 게 지금의 참사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현 시점에서 사회적 눈높이에 맞는 시스템과 윤리·준법 행동강령을 만드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선다면 다시금 국민들에게 사랑 받고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건강한 대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톡'이 출시된 2010년부터 지금의 카카오 그룹이 만들어진 것으로 여기지만 실제 카카오의 전신은 2006년 11월 설립된 아이위랩이다. 카카오톡이 나오기 전인 2009년만 해도 아이위랩은 직원 20여명 수준의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2010년 3월 아이폰용 카카오톡이 출시됐고 같은 해 9월 안드로이드폰용 카카오톡이 나오면서 사명도 카카오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2010년 매출은 34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카카오톡 출시 초기만 해도 카카오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스타트업 중 한 곳일 뿐이었던 셈이다.
2010년 출시한 카카오톡이 국민메신저로 자리매김하면서 카카오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4년 10월 플랫폼 양대 기업이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합병하며 우회상장에 성공했다. 이후 모빌리티, 게임, 엔터테인먼트, 금융, 증권, 결제시스템 등 다양한 계열사를 꾸리며 승승장구했다.
2019년 5월엔 네이버보다 앞서서 IT업체 최초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2022년 연간 보고서 기준 본사 직원만 3901명이었다. 17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연결기준 연매출 7조1071억원, 영업이익 5803억원을 거두는 명실상부한 대기업 그룹이 됐다.
급격히 성장한 외형에 비해 내부 시스템은 속도를 맞추지 못했다. 미래전략실 등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세웠던 다른 대기업과 달리 카카오는 계열사별 '자율 경영'을 내세웠다. 스타트업 정신에 입각해, 오너십이 계열사 독립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이는 오히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스톡옵션 먹튀사태, 개별 경영진의 '실적 지상주의' 등 도덕적 해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결과로 돌아왔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 교수는 "아직도 카카오의 마인드는 '형·동생'하며 이끌던 작은 스타트업 수준"이라며 "스타트업에선 형·동생 간에 아무 것도 아니었던 일들이 이제는 대기업으로서 사회적으로 용인 받을 수 없게 됐는데, 아직 '태'를 못 바꾸고 옛날 수준의 조직관리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정운오 서울대 경영학 명예교수 역시 "최근 카카오의 위기는 단순한 성장통 수준이 아니라, 급격한 성장 과정에서 내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게 터져 나온 것"이라며 "한두 건이 아닌 수많은 문제가 연이어 발생한다는 것은 일시적인 위기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한국 사회의 윤리 기준에 맞추고 진정한 대기업 수준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선 덩치에 맞는 행동강령 제정과 함께 준법경영을 감시할 기구를 마련해 전폭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강령 제정과 권한 부여는 결국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유병준 교수는 "IT기업들이 사회적 눈높이에 맞춰갔던 선례가 부족한 만큼 제조업 분야 등 다른 선배 기업들이 그동안 진행해 온 체질 개선 및 쇄신 방안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사업 행태 등에 대해 그룹사 전반이 공유할 수 있는 행동강령을 이번 기회에 세우지 못한다면 향후 더 큰 참사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운오 교수는 "외부 자문기구에 실질적 권한을 부여할 수 있도록 김범수 의장이 중대한 결단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슈 땜질용 기구가 아닌, 실제로 권한을 갖고 신뢰성 있는 감시를 할 수 있도록 만들지 못한다면 카카오의 붕괴에 따른 국가 경제의 타격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