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체액 속에 있는 매우 적은 양의 알츠하이머병 지표를 정확히 검출하는 진단 플랫폼을 개발했다. 더 일찍, 간편한 방법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길이 열렸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은 의료융합측정그룹이 분자가 가진 고유한 광학 신호를 수억 배 이상 증폭해 알츠하이머 생체지표(바이오마커)를 검출하고 정량화하는 '표면 증강 라만분광법(SERS) 기반 초고감도 다중 정량 검출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센서·바이오일렉트로닉스'에 4월 실렸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되면서 기억력과 사고력이 감퇴하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전 세계 치매의 약 60~7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지만,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만큼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은 1회당 100만원 이상의 검진 비용이 드는 특수 시설에서 진단한다. 또 질환이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된 후에야 영상으로 관측할 수 있어 발병 초기부터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보다 간편한 방식으로 '체액 검사 방식'이 나왔지만, 정확도가 낮아 신뢰성 있는 진단법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뇌 속 아미노산 화합물인 '아밀로이드 베타(Aβ) 42'와 'Aβ 40'은 알츠하이머 여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생체 지표로, Aβ를 검출해 비율을 산출하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도를 조기 진단할 수 있다. 다만 이들의 농도가 극도로 낮을 경우엔 정확하게 검출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이 개발한 진단 플랫폼은 기존 체액 검사 방식보다 약 10만배 정확하면서 여러 개 생체 지표를 정확히 구별해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빛이 분자와 만나 생기는 고유한 신호를 금속 나노구조를 통해 크게 증폭해, 매우 적은 양의 분자까지도 정확하게 검출하는 '라만분광법'을 적용했다.
연구팀은 해바라기 모양의 다종 금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기존 금 나노입자는 구형이어서 입자 간 거리에 따라 신호가 불균일하게 잡혔다. 연구팀은 모양 변형을 통해 입자 내부와 표면 전체에서 신호가 균일하게 증폭되게 했고, 이를 통해 강하고 재현성 높은 신호를 구현할 수 있었다.
실제 이를 활용해 Aβ42와 Aβ40을 검출한 결과 1000조분의 1g(그램) 이하 수준의 극미량이어도 정량적으로 검출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민감도와 검출 범위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밝혔다.
유은아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검출 플랫폼은 저비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다양한 생체지표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 상용화에 유리하다"며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암, 뇌 질환, 감염병 등 다양한 질환을 조기에 신속하게 체외 진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NST(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사업과 표준연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