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하면 86%가 주문 줄여…역효과 고려해야

이정현 기자
2025.10.01 14:57
(왼쪽부터)이성희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김태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서용구 한국상품학회 회장,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 이유석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2025.10.01./사진=이정현 기자

정부가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를 법으로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수수료 상한제가 오히려 소상공인의 삶을 어렵게 하고 플랫폼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일 한국상품학회가 소비자 102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수수료 상한제 도입 시 배달주문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이 중 42%는 개인 점포와 프랜차이즈 중 개인 점포에 대한 주문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수수료 상한제 도입 시 한달 평균 배달앱 이용 횟수는 2.11회로 기존 5.35회 대비 6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음식점의 이익이 증가하더라도 음식점이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을 늘릴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는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또 응답자의 75%가 수수료 상한제 도입 시 무료배달이 없어지거나 배달비가 커지는 등 소비자 혜택이 줄어든다면 도입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성희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한국상품학회가 주최한 '공정한 유통생태계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이같은 설문 결과를 발표하며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플랫폼 생태계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제2의 타다 금지법이 될 수 있다. 배달 플랫폼이 규제 대상이라면 쿠팡, 유튜브, 카카오페이, 넷플릭스 등도 모두 규제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태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2025.10.01./사진=이정현 기자

김태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이날 발표에서 "배달 수수료 상한제라는 행정적으로 편리한 방식의 규제보다는 실질적으로 소상공인의 부담은 줄이고 소비자의 후생을 덜 해치는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례 등 수수료 상한제가 고객 수요와 식당 수입에 영향을 주는지 실험한 데이터를 공개하며 규제를 시작하자 음식점의 매출이 오히려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플랫폼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규제 후 추천 알고리즘 등에서 음식점을 덜 노출하거나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배달 수수료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배달 플랫폼의 무료배달 이후 소비자의 후생이 증가해 시장 규모가 전보다 14% 확대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달 플랫폼의 수익이 악화할 경우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배달비를 다시 유료화할 경우 소비자의 배달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이는 시장 침체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많이 구매하는 사람에게 낮은 가격을 부과하는 '수량할인'이나 연간 계약과 같은 장기 사용 계약을 하는 소상공인에게 낮은 수수료율이나 광고비 할인, 중계 수수료 할인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이나 공유가치 창출을 통해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메커니즘을 개발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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