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무인매장내 취객 본 AI, 경광등 울리자...몇초 만에 상황파악 "출동"

김평화 기자
2026.02.11 12:00
에스원 수원관제센터에서 관제사가 일하는 모습/사진제공=에스원

10일 오후 경기 수원 에스원 보안관제센터. 벽면을 가득 채운 모니터 앞에서 관제사 20여명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한 관제사는 화면을 응시하며 출동 요원과 통화하고, 다른 직원은 건물 설계 도면을 띄워 현장 위치를 확인했다. 출동 직원이 전송한 바디캠 영상도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나타났다. 화면과 음성, 도면 정보가 한곳에 모이는 이곳에서 직원들은 상황을 즉각 판단하고 최적의 대응 방안을 찾아냈다.

이곳은 전국 에스원 고객의 CCTV와 설계 정보를 통제하는 '컨트롤타워'이자, 에스원의 모든 AI 보안 기술이 탄생하고 검증되는 '기술 심장부'다. 수원과 대구 두 곳의 관제센터에서 약 140명의 관제사가 24시간 3교대로 근무한다. 수원 센터에만 75명이 근무하며 서울·경기·강원·제주 전역을 담당한다. 전라·충청·경상권은 대구 관제센터가 맡는다. 한쪽 센터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센터가 즉시 업무를 넘겨받는 이중 구조로 운영된다.

센터에는 매달 약 250만 건의 관제 신호가 들어온다. 이 가운데 약 78%는 AI 시스템이 자동으로 판단해 처리한다.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던 시대는 끝났다. AI가 먼저 이상 상황을 가려내고, 관제사는 실제 위급 상황에만 집중하는 구조다. 자동화와 숙련된 판단이 결합된 '스마트 관제' 시스템이다.

현장에서도 AI의 역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경광등 소리가 울리자 서울 강서구 한 무인매장에서 이상 행동이 감지됐다는 신호가 떴다. 취객이 퇴장하지 않고 매장에 머무르자 AI CCTV가 이를 포착한 것이다. 수원 관제사는 즉시 영상을 확인한 뒤 출동 지시를 내렸다. 감지부터 판단, 지시까지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AI가 문제를 찾고, 사람이 결정을 내리는 구조다.

관제 화면에는 출동 차량 위치와 기상 정보도 함께 표시된다. GIS 기반 자동 배차 시스템은 교통 상황과 차량 위치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가장 가까운 출동 요원을 자동 배치한다. 관제사는 출동 중인 직원에게 건물 구조와 특이 사항을 미리 전달한다. 현장 도착 전 상황 파악이 끝나는 셈이다.

에스원 수원 보안관제센터 현장/사진제공=에스원

영상 분석도 AI가 맡았다. 고객 공간에서 고성이나 비명 소리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시스템이 먼저 알림을 보낸다. 격한 몸싸움이나 넘어짐 같은 행동도 알고리즘이 감지한다. 심야에 취객이 출입구를 찾지 못해 머무는 상황도 종종 포착된다. 이 경우 관제사가 매장 스피커로 직접 안내 방송을 한다.

이 관제센터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모니터링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에스원이 45년간 쌓아온 수십억 건의 관제 데이터와 노하우가 모인 핵심 시설이다. 바로 이 데이터가 에스원 AI 보안 솔루션의 기반이 된다. 매일 수백만 건의 신호가 쌓이고, AI는 이를 학습하며 진화한다. 수원 관제센터는 에스원의 모든 AI 기술이 실전에서 검증되는 테스트베드이자, 새로운 보안 기술이 태어나는 '실험실'인 셈이다.

에스원의 지능형 관제 시스템 'SVMS'는 이런 데이터와 관제사 판단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플랫폼이다. CCTV가 이상 상황을 탐지하면 지능형 알고리즘이 분석하고, 알람을 보내고, 대응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침입 감지, 화재, 넘어짐, 학교폭력, 안전모 미착용 등 다양한 상황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기반 'AI 에이전트'도 도입했다. 관제 프로그램 옆에서 상황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가상 관제사 역할이다. "2층 로비 카메라 보여줘" 같은 자연어 명령으로 카메라를 제어할 수 있고, 특정 행동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알림을 보낸다. 침입이 발생하면 사진 저장과 경고 방송도 자동으로 실행된다.

서정배 에스원 상품기획그룹장은 "과거 영상 보안은 사고 이후 확인하는 수동적 방식이었다"며 "이제는 AI가 이상 상황을 먼저 찾아내고 관제사가 대응하는 능동적 보안 시대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45년 전 보안은 자물쇠와 야간 순찰이 전부였다. 은행 직원이 숙직을 서고, 공장 경비원이 손전등을 들고 밤을 지켰다. 지금은 센서와 네트워크, 그리고 AI가 이를 대신한다. 침입 신호가 즉시 센터로 전송되고, 가장 가까운 요원이 출동한다.

관제 인프라는 사회 변화도 이끌었다. 1990년대 24시간 편의점과 심야 주유소가 전국으로 확산된 배경에도 관제 시스템이 있었다. 밤에도 매장을 지킬 수 있다는 신뢰가 심야 경제를 키웠다. 이제 그 신뢰는 AI가 만들어간다.

관제센터 모니터 앞에서는 지금도 전국의 영상이 쉴 새 없이 흘러간다. AI가 먼저 위험을 찾고, 관제사가 최종 판단을 내린다. 보안의 중심이 '현장'에서 'AI와 데이터'로 완전히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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