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밀 지도 반출 허용…"산업 위축" vs "관광대국 될 것"

이정현, 유효송 기자
2026.02.27 15:31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조건부 허용/그래픽=이지혜

정부가 구글이 요청한 1대 5000 축적의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 허용하기로 하자 국내 학계와 여행 업계에서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국내 지도 데이터 산업 경쟁력이 약화한다는 주장과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딪히는 모습이다.

27일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한국공간정보산업협동조합, 대한공간정보학회, 한국측량학회, 한국지리정보학회, 측량및지형공간정보기술사회 등 6개 단체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결정이 국내 공간정보 산업 전반에 상당한 구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자율주행, 디지털트윈, 스마트도시 등 미래 전략산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 인프라 자산으로 단순 데이터 활용 문제를 넘어 국가 공간정보 산업의 구조와 경쟁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안종욱 대한공간정보학회장은 "구글이 보완 신청한 내용에 대한 정보 제공이나 의견 수렴 등 공론화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관세는 국제 정치 환경 및 협상 등에 의해 변경이 가능하지만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한 번 반출되면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데이터 가공 처리를 국내에서 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플랫폼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구글이 국내에서 연간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법인세 납부액이 100억원대에 그치는 상황에서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조건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기존 업체와 동등한 수준의 지도 관련 서비스 사업을 영위하면서 조세 부담은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한편 관광 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윤석호 데이트립 대표는 "한국을 찾는 전 세계 관광객이 겪었던 가장 큰 불편이 해소됨으로써 글로벌 관광 대국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여행·공간 산업 스타트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장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득갑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교수는 "이번 국토부의 결정은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구글 지도의 고도화된 서비스는 방한 외국인의 여행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서울에 편중된 관광 수요를 전국 각지로 분산시켜 지방 관광 경제를 살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구글은 2007년 이후 여러 차례 1대 5000 축적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요구해 왔다. 정부는 국가 안보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반출을 거부했다. 지난해 2월에 들어온 반출 요구에 관해서도 결정을 유보하던 정부는 구글이 제출한 보완신청서를 검토한 뒤 조건부 허용을 결정했다. 구글의 국내 제휴기업이 국내에 보유한 서버에서 정보를 가공한 후 정보 확인을 거친 데이터만 반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은 국토부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결정은 중요한 진전이며 구글은 구체적인 서비스 구현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 및 국내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한국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구글은 한국 디지털 생태계의 책임감 있는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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