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레지던트 시절, 힘들다는 이유로 해야 할 일을 못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해야 할 일은 그냥 하는 것이라는 개념이 생겼는데 그게 끊임없이 창작해야 하는 작가생활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중증외상센터'로 주목받은 이낙준 작가(필명 한산이가·사진)는 요즘 강연, 유튜브, 예능촬영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낸다. 현재 네이버웹툰에서 독점연재 중인 'A.I.닥터'도 화제다.
"중증외상센터로 외과의 재미를 보여줬으니 이번엔 내과로 가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내과는 외과와 달리 추리하는 재미가 있는 과입니다. 코믹 요소도 넣고 싶었는데 상대적으로 심각한 질병을 다루다 보니 AI(인공지능)라는 존재가 들어가면 분위기가 조금 더 살아나지 않을까 싶어 기획하게 됐습니다."
'A.I.닥터'는 내과 레지던트 1년차 주인공이 우연한 사고로 머릿속에 AI가 동기화되면서 천재적인 추론으로 희귀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가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대국하는 것을 보고 AI에 관심이 생겼다"며 "저런 천재가 고전하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AI가 위협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의사를 준비하던 그는 성인이 될 때까지 연예인이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 대학병원에 갇혀 레지던트 생활을 하던 중 네이버웹툰 '낢이 사는 이야기'에 빠졌고 어느 날 연예인도 아니고 얼굴도 모르는 만화가의 일상을 왜 이렇게 재미있게 보고 있는지 스스로 궁금해졌다고 했다.
"당시 저를 돌아보니 병원에 갇혀 있으니까 바깥이 궁금했던 것같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병원 밖에 있는 사람들도 병원 안을 궁금해하지 않을까 싶었고, 그때부터 이야깃거리를 모아 작가를 준비했습니다."
작가가 된 데는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그는 "아버지가 무협지를 정말 좋아했다"며 "나이에 맞게 무협지를 골라주셨다. 많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가에 대한 선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금도 '먼치킨'(압도적으로 강한 주인공)류의 작품을 주로 읽는다는 그는 나중에 판타지나 무협 장르도 한 번쯤 연재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독자들이 기대하는 게 의학물이 돼버렸지만 점차 장르를 넓혀가고 싶다"며 "의학물에 발을 걸친 무협으로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레지던트 시절에는 환자들의 감사인사에서 보람을 느꼈다면 이제는 독자반응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작품 속에서 원장이 주인공과의 관계를 거짓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글을 쓰기 전부터 이런 장면이 나오면 재밌겠다고 생각하고 빌드업했다"며 "결과적으로 의도한 것보다 반응이 더 좋아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웹소설뿐 아니라 웹툰,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긴다. 창작과 강연, 유튜브 대본편집, 독서까지 이 모든 걸 언제 다 하느냐고 묻자 그래서 직접 운전하지 않고 대중교통만 이용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회가 된다면 게임 제작에도 참여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 다른 수단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평소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며 "게임을 즐기는 경험도 특별하지만 제작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될 것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