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불법유통은 잡초처럼 끈질기다. 지워도 퍼지고, 막아도 다시 생긴다. 웹툰업계가 오랫동안 단속에 공을 들였지만 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다.
최근 흐름이 달라졌다. 국내 주요 웹툰 플랫폼들은 불법 사이트를 막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보안 기술로 복제 속도를 늦추고 공식 번역본을 더 빨리 공급해 불법 사이트의 힘을 뺀다. '사후 차단'에서 '선제적 공급'으로 중심이 이동했다.
네이버웹툰은 한국과 글로벌 서비스의 연재 시차를 없앤 '동시 연재' 시범 도입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휴재 후 복귀한 한국 오리지널 웹툰 4편을 한국어와 글로벌 언어 서비스에 동시 공개한 결과, 모든 작품에서 복귀 후 7일 결제액·주간 열람자 수가 휴재 전 평균을 웃돌았다. 작품별 글로벌 서비스 결제액 증가율은 '소꿉친구 컴플렉스' 208%, '날 닮은 아이' 124%, '별정직 공무원' 96%, '이섭의 연애' 38%였다. 장기 휴재 후 복귀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불법유통 대응은 불법 번역과 공식 콘텐츠 간 '시간 경쟁'이 됐다. 그동안 한국 웹툰 플랫폼에서 회차가 공개되면 공식 번역이 해외 서비스에 올라오기까지 시차가 생겼다. 그 빈틈을 불법 번역 사이트가 파고들었다. 해외 독자 입장에서는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공식 서비스보다 불법 번역본이 더 빨랐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대형 불법 웹툰 사이트의 언어 비중은 영어 40%, 스페인어 37%, 인도네시아어 11%, 한국어 12%다. 불법유통의 무게중심이 이미 국내보다 해외에 더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공식 번역본이 한국과 시차 없이 동시에 공개되면서 불법 번역 사이트로 유입되던 유료 결제 의향 독자를 공식 플랫폼으로 흡수한 게 동시 연재의 효과라는 설명이다. 불법 번역이 빠를수록 합법 시장의 잠재 수요가 줄어들고 창작자에게 돌아가야 할 수익은 증발한다. 단속만으로 이 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퍼지면서, '속도전'에서 답을 찾은 셈이다.
운영자 국적과 서버 위치, 현지 법제, 국제 공조의 복잡성은 어느 플랫폼도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저작권 보호 단체 ACE에 가입한 것도 이런 한계를 넘으려는 시도다.
네이버웹툰은 보안기술도 함께 강화하고 있다. 자체 불법유통 차단 기술 '툰레이더'를 2017년부터 운영해 왔다.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로 최초 유출자를 식별하는 추적 기능과 머신러닝 기반으로 의심 이용자를 사전 차단하는 예측 기능을 결합한 구조다. 툰레이더는 실시간 불법 업로드 모니터링과 신규 불법 사이트 조기 탐지, 운영자 검거에 필요한 채증에도 활용된다.
이처럼 웹툰 불법유통 대응의 초점은 뒤늦은 삭제에서 선제적 공급과 속도전으로 옮겨가고 있다. 보안 기술이 복제 속도를 늦추는 사이 공식 서비스가 독자를 먼저 확보하는 방식이다. 불법유통 대응이 단순 삭제 경쟁이 아니라 번역, 유통, 보안을 함께 묶는 종합전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는 국내 최대 규모 불법 사이트 중 하나로 꼽힌 아지툰 운영자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총 20억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법원은 양사가 각각 청구한 10억원을 전액 인용했다. 아지툰은 웹툰 약 75만건, 웹소설 약 250만건을 불법 유통한 사이트로 알려졌다. 실제 피해 규모에 비해 배상금 20억원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얼마나 많이 지웠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공식 콘텐츠를 공급하고, 얼마나 빨리 복제를 늦추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잡초를 없애려면 뽑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잡초보다 빨리 자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