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가 공공서비스 수요처와 공급처가 모일 '장터'를 꾸린다. 공공서비스를 확장하는 우본에 추진력이 더해질 전망이다. 흑자 사업인 예금 부문에 쌓인 잉여금을 우편 인프라에 투자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대규모 설비 투자 제약도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27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우정사업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먼저 공공서비스전달플랫폼을 마련하기 위한 근거 규정이 신설됐다. 그간 공식 체계 없이 지역 우체국이 지방자치단체 등 수요처와 개별 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공공서비스가 운영되다 보니 전국적인 확산이 더디고 지역별 편차가 크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플랫폼 구축으로 해결될 전망이다.
우정사업본부는 2022년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복지우편 서비스'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11개 공공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도 벌써 4건이 추가돼 총 15개다. 우본이 공공서비스를 확장하는 건 우편 수요 감소로 발생한 유휴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서신과 소포를 포함한 우체국 배달 물량은 2023년 28억9600만통에서 2024년 28억4000만통, 지난해 26억8900만통으로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집배원 수는 1만8451명에서 1만8473명, 1만8548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플랫폼은 인터넷 우체국에 '공공서비스' 탭을 추가해 구현할 예정이다. 수요처가 필요한 사업을 게시하면 기관·기업 등 공급처가 확인 후 신청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개정안에 따르면 우정사업의 범위에 '행정기관이 우본에 위탁한 공공서비스 관련 업무'가 추가된다.
전국 곳곳에 촘촘한 우편망을 보유한 우본은 공공서비스와 궁합이 잘 맞는다. 5년 전 시작한 복지 우편 서비스로 지난해까지 누적 28만가구에 집배원이 방문했고 이 중 10만3000여가구가 몰랐던 복지 혜택을 받았다. 또 지난해 폐의약품 회수 사업으로 세종시의 관련 예산이 92% 절감됐고 수거량은 128% 증가했다. 개소당 가스 안전 점검 비용도 집배원 대행(4000원)이 가스공사 직접 점검(3만2893원)보다 87.8% 저렴하다.
우체국의 공공사업 진출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프랑스는 우편법을 통해 우정사업국에 사회보험, 차량 등록, 노인 돌봄 등 행정지원 의무를 부여했다. 일본도 특별조치법으로 신분증 교부, 운전면허 갱신 등 업무를 우체국에 위탁했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에는 기계화·자동화 등 우편 사업에 설비 투자가 필요한 경우 예금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잉여금을 우편 부문으로 전출시킬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됐다. 그동안 당해 연도에 발생한 예금 부문 이익금을 우편 부문 설비에 투자하는 건 가능했지만, 수년간 적립된 이익잉여금을 묵돈처럼 투자하는 건 불가했다. 문제는 대규모 설비 투자는 1년간 번 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었는데 이번 개정안으로 해결책이 생긴 셈이다.
우본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으로 자동화·기계화 설비 도입 등 우편 사업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마련됐다"면서 "올해 플랫폼을 구축해서 내년부터 운영을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우본 우편 부문은 △2023년 1572억원 △2024년 1659억원 △2025년 311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예금 부문은 같은 기간 △2093억원 △2399억원 △7078억원의 흑자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