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중동 최초의 상업용 원전이자 한국이 건설한 첫 해외 원전인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두꺼운 방어막을 뚫고 침투한 이 드론은 원전 내부까지 들어와 발전기를 공격했고 이로 인해 원전에 화재가 발생했다.
"테러 목적의 드론은 원전 보조 건물이나 송전 시설을 공격합니다.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지 않더라도, 그 공격만으로 발전소는 멈춰야 하죠. 결국 에너지 수급에 타격을 입히려는 겁니다."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19일 울산 울주군 새울 원전 현장에서 열린 물리적 방호 전체 훈련 현장에서 이처럼 설명했다. 소형 드론 1대로도 한 국가의 에너지 체계를 마비시키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은 18일부터 나흘간 새울 원전에서 불법 드론 및 물리적 침투에 대응하기 위한 훈련을 실시한다. 이번 훈련에서는 불법 드론 출현 시 관계부처와 원자력사업자의 대응 과정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내 모든 원전에는 방사능방재법에 따라 물리적 방호체계가 구축돼있다. 원전 본부 외곽 울타리 외부 구역은 군·경찰·해경이, 내부는 청원경찰과 특수경비를 비롯한 군·경 지원 인력이 삼엄한 경계 태세로 침입자를 감시 중이다.
그런데 동해안에 면한 원전은 대부분 민가와 관광지를 주변에 끼고 있다. 울주군에 위치한 새울 원전만 해도 멀지 않은 곳에 해돋이 명소인 간절곶이 있다. 관광객이 날린 드론을 포함한 불법 드론이 언제든 원전 부지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현행 항공안전법상 원전 반경 18.5㎞는 비행금지구역에 속하는데, 이 경계를 뚫고 원전 부지에 접근한 드론은 즉시 RF 스캐너에 포착된다. RF 스캐너는 무선주파수 탐지 장비로 드론과 조종기 간 오가는 전파를 탐지한다. 새울원전본부는 반경 3.0㎞ 내외의 드론을 탐지해 조종자의 위치와 드론 기종, 드론 기체의 고유번호까지 식별할 수 있는 RF 스캐너를 2023년 3월부터 도입한 상태다.
이날 모의 훈련에서는 지난 17일 발생한 UAE 바라카 원전 공격처럼 실제 테러 목적을 가진 폭발물 탑재 드론이 새울 원전 부지에 침입했다. 한수원은 드론의 비행경로 등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한다.
먼저 드론이 RF 스캐너에 잡히자, 원전 본부 종합상황실은 이 상황을 즉시 군·경에 전파했다. 동시에 원전 방호태세도 강화했다. 원전 본부는 예비군중대장 지휘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예비군중대장이 드론의 불법 여부를 파악한 후 '재머' 발동을 명령하자 명령을 받은 부지경계 초소 특경이 휴대용 재머로 드론을 향해 교란 전파를 방사했다. 재머는 드론의 신호를 교란해 무력화하는 기기다. 동시에 군과 경찰은 RF 스캐너가 보낸 정보에 따라 조종자 검거에 나섰다. 현장 투입에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5분 안팎이다.
폭탄 드론이 재머 교란에 의해 특정 지점에 낙하하자, 경찰·소방대원이 낙하지점에 출동했다. 해당 장소는 즉시 출입 통제됐다. 폭발물로 인한 화재를 진압하고 폭발물을 수거해 분석하기 위해서다. 이어 추가 위협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비상 상황이 종료됐다.
다만 재머나 RF 스캐너로 통제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재머로 드론 주파수가 교란되지 않을 때다. 이때는 방호인력이 보유한 총기를 통해 직접적인 제어에 나선다.
원안위는 기술적 한계를 반영해 드론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RF 스캐너의 라이브러리에 등록된 드론의 경우 드론 기종이나 조종자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지만, 이외에는 한계가 있다"며 "주파수와 상관없이 드론을 잡을 수 있는 레이더와 카메라 세트를 구비하는 등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모든 원전에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