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그룹이 창사 이래 최초로 본사 파업의 기로에 섰다. 성과급 보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이제 최종 조정 절차만을 남겨뒀다. 이번 조정마저 결렬되면 그룹 차원의 대규모 연쇄 파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지배구조를 재편하고 AI 사업에 사활을 건 카카오로서는 이번 공동 파업이 향후 핵심 신사업 추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오후 3시에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카카오 노사의 2차 조정회의가 열린다. 노사는 지난 18일 1차 조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조정 기한을 연장했다.
카카오 노사는 올해 교섭에서 성과보상 구조를 두고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카카오 지회(카카오 노조) 측이 제기하는 핵심은 '성과 보상의 불평등'이다. 500만원 상당의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에 산입하는 문제를 두고 양측의 입장차가 크다. 사측은 RSU를 성과급의 일부로 포함한 반면 노조는 성과급과 별개로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계열사들은 고용불안 문제를 거론한다. 노조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는 현재 희망퇴직과 전환배치 절차를 추진중이다. 이날 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최근 카카오 공동체 전반에서는 AXZ 매각, 계열사 재편, 희망퇴직, 대기발령 등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구조조정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실제 희망퇴직을 넘어 정리해고와 같은 강제적 구조조정을 강행할 경우 노동조합은 파업투쟁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통해 맞설 것"이라고 강경 대응 기조를 밝혔다.
본사까지 최종 노사 조정이 결렬될 경우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해 카카오 창사 이래 최초로 본사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카카오 그룹 산하 4개 법인이 이미 조정에 실패해 쟁의권을 획득한 상황이고, 카카오 노조는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의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 결론을 낸 상태다.
다만 실제 파업이 발생했을 때 국내 1위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대부분의 시스템이 자동화돼있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비조합원 인력과 필수 대기 인력을 투입해 유지보수와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카카오 그룹 내 첫 파업'이라는 이정표를 남겼던 카카오모빌리티 파업 당시 큰 시스템 장애는 발생하지 않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시간 부분파업으로 시작해 4시간 부분파업과 대규모 집회 그리고 하루 전면파업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파업에 나선 바 있다.
파업이 장기화하거나 예상치 못한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가 문제다. 카카오는 올해 전사적 역량을 에이전틱 AI 서비스 전환에 쏟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카카오톡을 단순 메신저에서 대화·검색·추천·결제까지 이어지는 AI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바꾸려는 계획이다. 파업 장기화 시 신규 AI 기능 개발 등에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본사를 포함해 금융(페이), IT 인프라(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게임(엑스엘게임즈) 등 핵심 동력이 동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 입장차를 어떻게 좁힐지가 관건"이라며 "올해 카카오가 AI를 중심으로 사업재편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만큼 노사 갈등을 조기에 해결하는지가 경쟁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