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3일 진행된 제22회 지방선거에서는 AI가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첫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선거 유세부터 홍보, 공약, 개표 현장에까지 등장하면서 우리 삶 속에 빠르게 자리잡은 AI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3일 진행된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에서 가장 눈에 띈 AI 활용 분야는 방송사들의 개표방송이었다.
SBS는 이번 개표방송에서 오픈AI와 손잡고 고도화된 예측 모델은 물론 AI 상황실, 영상 아트 등을 선보였다. 먼저 서울대 통계학과 김용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AI 당선확률 모델을 오픈AI의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Codex)로 초고도화해 선보였다.
방송에서는 AI 상황실이라는 가상의 스튜디오에서 기자가 챗GPT를 불러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연출됐다. 지역 총 투표율과 과거 선거 데이터, 개표 상황 특징 등 AI가 분석한 과거 데이터와 현재 개표 상황 간 차이점을 언급하며 달라진 민심을 체크했다. AI 아티스트 최세훈 작가가 챗GPT 기반으로 만든 AI 영상 이미지 등 AI를 활용한 그래픽과 영상도 대거 활용됐다.
오픈AI 관계자는 "우린 AI로 전 인류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미션을 갖고 있는데 이번에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과정에 참여하게 돼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과거 특정 시간대 투표율이나 민심이 달라진 지역 등 복잡한 데이터를 정리하는데 AI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MBC 역시 오프닝에 AI 소녀 캐릭터를 등장시켜 시청자 눈길을 끌었다. '소녀, 그리고 우리'라는 영상은 7살 소녀가 겪어온 한국의 변화를 짚는 내용으로, MBC가 구축한 아카이브 영상과 생성형 AI 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 이밖에 다양한 AI 그래픽이 개표방송 전반에 적용됐다. 해당 AI 이미지는 MBC 사내벤처로 출발한 AI 기업 '도스트11'이 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AI는 선거운동 현장에서도 활약했다. 경기도의원 선거에 출마한 전석훈 당선자(성남시 제3선거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춤을 추고 지지를 호소하는 영상을 제작, 공개해 화제가 됐다. 이는 SNS로 화제를 모으면서 그의 발의안 '경기도 인공지능 기본조례' 등을 상기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서울 성동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고재현 후보는 챗GPT를 활용한 'Chat Go(챗고) 청장' 서비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유권자들이 정책과 공약을 질문하면 AI가 후보의 입장을 설명하는 신박한 방법이었다.
각 정당도 AI를 활용해 공약과 전략을 짰다. 선거 전략 수립 과정에서 유권자 동선과 지역별 이슈를 분석하고, 정책 제안 플랫폼 운영에 AI 기술을 적용했다. 일부 정당은 후보 검증 과정에서 AI 기반 정치신용평가 모델을 쓰기도 했다.
AI는 공약도 지배했다. 지방 경제를 살릴 미래 성장동력으로 AI 산업이 꼽히면서 시장, 지방자치단체장, 의원 후보들이 AIDC(데이터센터)와 기업, 연구기관 유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녹색전환연구소·참여연대·환경정의가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624명의 5대 공약과 선거공보물을 분석한 결과 데이터센터 유치를 공약한 후보가 77명으로 전체의 12.3%에 달했다.
우상호 강원도지사 당선인은 '강릉 비전'을 통해 10년간 최대 70조원이 투자될 대규모 AI DC 유치 공약을 내걸었고, 임문영 국회의원 당선인 역시 국가AI전략위 상근부위원장 경험을 바탕으로 광주를 AI와 AI 모빌리티 실증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이번 선거에는 임 부위원장과 함께 하정우 전 국가AI 수석이 부산 국회의원 재보궐에 출마하는 등 AI 전문 인사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정치권의 AI 활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생성형 AI가 콘텐츠 제작 비용을 낮추고 유권자와의 소통을 확대할 수 있는 경로가 될 수 있어 향후 선거에서는 물론 정책 의제에까지 AI가 필수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