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집중호우와 태풍에 따른 홍수 피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극단적 홍수 위험을 크게 높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과거 '100년 빈도로 발생하던 극단적 홍수가 현재는 8년에 한번 꼴로 발생한다며, 3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경우 다른 안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된 두 편의 연구는 인간 활동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이미 전 세계 해안 지역의 침수 위험을 크게 바꿔놓았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 연구는 전 세계 519개 조위(바닷물 수위) 관측 지점을 분석한 결과, 97% 지역에서 인간 활동에 의한 해수면 상승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산업화 이후 온실가스 배출이 없었던 가상 시나리오와 실제 관측치를 비교한 결과, 2000년 이후 발생한 일일 해수면 상승 현상의 58%가 온실가스 등 인간 활동의 영향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연구는 기후변화가 극단적 홍수의 발생 빈도를 얼마나 바꿨는지 분석했다. 연구진이 1900년부터 2005년까지의 조위 관측 자료와 기후모델을 결합해 분석한 결과, 과거 100년에 한 번 발생하던 극단적 해수면 상승 현상이 현재는 평균 8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900년에는 100년에 한 번꼴이던 극단적 해수면 현상이 지금은 평균 8년에 한 번꼴로 잦아졌다"며 "해안 침수 위험의 변화가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이미 벌어진 현실임을 명확히 보여준 연구"라고 평가했다.
해수면 상승은 더 큰 홍수 피해를 낳는다. 높은 해수면 상태에서 집중호우가 쏟아질 경우 하천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해 침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과거 경험에 기반한 홍수 대응 체계만으로는 현재 위험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한국처럼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국가는 복합재난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100년 빈도'라는 기준이 빠르게 무력화되는 만큼, 방재 인프라와 도시계획, 해안 관리 전략 전반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방파제를 높이거나 콘크리트 구조물을 늘리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 지적이다.
오재호 나노웨더 대표(부경대 명예교수)는 "기후변화로 바닷물 높이가 계속 올라가면서 해안가가 물에 잠기는 침수 피해와 해변이 깎여나가는 침식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며 "동해안을 포함한 국내 해안 지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방파제나 콘크리트 구조물을 쌓아 바다를 막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지만, 이것이 오히려 주변 해안을 더 깎아내리는 결과를 낳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시설 자체가 약해지는 문제도 있다"면서 "앞으로는 자연의 힘을 활용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필요하고, 파도의 힘을 흡수하고 흙과 모래가 쓸려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맹글로브 숲처럼 자연을 활용한 방재시설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맹글로브의 원리를 응용한 친환경 완충시설이나 '인조 맹글로브' 같은 자연형 방재시설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