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AI를 활용해 회사 업무에 집중한다. 이메일을 쓰고, 보고서를 다듬고, 마케팅 문구를 만들고, 발표자료를 정리한다. 쉬는 날? AI 역할에도 '변화'가 시작된다.
사람들은 AI에 '다음 직장'보다 '내 사업'을 묻기 시작했다. 이 아이템으로 사업이 될지, 부업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온라인 판매를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AI와 상의하는 식이다.
AI 기업 앤트로픽이 최근 공개한 여섯 번째 경제 지수 보고서 '케이던스(Cadences)'에는 이런 변화가 담겼다. 보고서는 클로드 이용자들의 실제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언제 AI를 찾고, 어떤 일을 맡기며, AI가 자신의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분석했다.
클로드 채팅과 코워크 대화 중 개인적 사용 비중은 평일 35% 수준에서 주말 50% 수준까지 높아졌다. 평일에는 업무 서신, 마케팅 문구, 슬라이드 자료 작성 같은 요청이 많았지만, 주말에는 정서적 지원, 의료 관련 질문, 투자 조언 등 개인적 영역으로 대화 주제가 옮겨갔다.
특히 창업 관련 대화가 주말에 늘었다. 앤트로픽은 국가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창업 관련 대화가 토요일과 일요일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이력서나 입사지원 관련 활동은 다른 업무성 요청과 함께 주말에 줄었다. 쉬는 날 사람들이 AI에게 '다른 회사에 들어가는 법'보다 '내 일을 시작하는 법'을 더 많이 묻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가 분류한 창업 관련 활동은 단순한 회사 설립 상담만 뜻하지 않는다. 창업, 부업 아이디어, 자금조달, 크리에이터 수익화, 이커머스, 비즈니스 모델, 헬스케어 사업, 소셜벤처, 이벤트 사업 등이 포함됐다. 이력서·입사지원 활동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이력서나 지원서로 분류된 대화다.
AI 사용이 단순한 업무 자동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AI는 회사가 시킨 일을 빨리 처리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개인이 주말에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창업 실험실로도 쓰인다. 과거라면 사업 아이템을 검토하려면 지인에게 묻거나, 검색을 뒤지거나, 창업 강의를 찾아야 했다. 이제는 AI에게 시장성, 고객층, 가격 구조, 마케팅 문구, 랜딩페이지 초안까지 한 번에 물어볼 수 있다.
구직 활동과 창업 활동이 주말에 반대로 움직였다. 구직은 이력서를 고치고, 자기소개서를 쓰고, 채용 공고에 맞춰 문장을 다듬는 일이다. 반면 창업·부업 관련 질문은 노동시장 밖의 선택지를 상상하는 일에 가깝다. 평일에는 회사의 일을 처리하고, 주말에는 자신의 일을 구상하는 데 AI가 쓰이고 있었다.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도 이미 단순 답변을 넘어섰다. 앤트로픽은 클로드 대화의 93%가 설명, 문서·보고서, 조언, 이메일, 앱·웹사이트, 코드 수정 등 구체적 산출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가장 많은 산출물은 설명·답변(17%)이었고 문서·보고서(15%), 조언(11%)이 뒤를 이었다. 대화가 끝나면 실제로 가져갈 수 있는 초안이나 자료가 남는다.
AI는 막연한 아이디어를 문서와 숫자, 실행 계획으로 바꿔준다. 예컨대 사용자는 "직장인 대상 주말 클래스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묻고, AI는 고객군, 가격대, 홍보 문구, 예상 비용, 첫 달 실행 계획을 정리해준다. 쇼핑몰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상품 설명과 광고 문구를 만들고, 콘텐츠 사업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채널 콘셉트와 수익화 방안을 제안한다.
한국 이용자들의 활용 패턴과도 맞물린다. 앤트로픽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자기소개 글쓰기, 과제 수행, 구매·투자 관련 의사결정, 비즈니스 운영, 프레젠테이션 자료 작성 등이 많이 쓰인 분야로 나타났다. 특히 글로벌 평균 대비 한국은 구매·투자 관련 의사결정이 2.2배, 프레젠테이션 자료 작성과 리서치·근거 조사가 각각 1.7배 활발했다. AI를 정보 검색용보다 판단 보조와 실무 실행 도구로 쓰는 경향이 강하다는 뜻이다.
AI가 창업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수요, 실행력, 자금, 영업, 운영 경험은 여전히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 AI가 내놓는 사업 아이디어도 검증되지 않은 제안에 그칠 수 있다. 창업에 필요한 인허가, 세무, 법률 문제는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초기 장벽은 분명 낮아지고 있다. 사업계획서 초안, 고객 인터뷰 질문, 경쟁 서비스 비교, 온라인 광고 문구, 쇼핑몰 상품 설명, 투자자 피치덱 같은 작업은 초기 창업자에게 부담이 큰 영역이다. AI는 이 작업들을 완전히 대신하지는 못해도, 첫 초안을 빠르게 만들어준다. 아이디어가 머릿속에만 머물지 않고 문서와 화면, 숫자 형태로 바뀌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평일의 AI가 직장인의 조수라면, 주말의 AI는 예비 창업자의 공동창업자에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