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깜박깜박"...엄마들 '우울증·기억력 감퇴' 이유 있었다

박건희 기자
2026.07.08 13:49

한국뇌연구원 인지과학연구그룹 연구 결과

한국뇌연구원은 정민영 인지과학연구그룹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부모가 육아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우울함이 뇌의 구조와 기능에 미치는 신경생물학적 과정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랜 양육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함을 느끼는 어머니의 뇌는 실제로 변한다. 기억과 정서 처리를 담당하는 부위가 약해지는 것이다.

한국뇌연구원은 정민영 인지과학연구그룹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부모가 육아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우울함이 뇌의 구조와 기능에 미치는 신경생물학적 과정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정서장애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실렸다.

양육 스트레스로 인한 뇌 기능 변화는 주로 영유아기 부모에게 초점을 맞춘다. 연구팀은 자녀 성장에 따라 오랜 기간 육아 환경에 노출돼 온 학령기 자녀의 주 양육자(어머니)의 뇌 변화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기존 정신질환이 없고, 평균 연령 약 9.2세의 학령기 자녀를 둔 어머니 167명을 대상으로 심리 검사와 MRI(자기공명장치) 뇌 영상 촬영을 진행했다. 정서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표준화된 양육 스트레스 검사, 우울증 척도, 불안 척도 등이 활용됐다. MRI로는 어머니의 뇌 구조와 기능을 측정했다.

좌측 내후각피질 표면적과 우울, 양육 스트레스 지표 간 연관성을 나타낸 그림 /사진=한국뇌연구원

검사 결과 우울함이 심한 것으로 나타난 어머니의 뇌에 변화가 생겼다. 우울이 거의 없는 부모에 비해 '좌측 내후각피질'(Entorhinal cortex)의 표면적이 작아지고 기능적 연결도 약해진 것. 좌측 내후각피질은 기억과 정서를 처리하는 일종의 관문이다.

통계 분석한 결과 양육 스트레스가 뇌를 직접 변화시켰다기보다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감이 뇌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켰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또 미래지향적 정서에 속하는 '불안'이 아니라 과거 경험이 누적되는 '우울'만이 뇌 변화를 일으키는 핵심 특질이었다.

교신저자인 정민영 뇌연구원 박사는 "양육 스트레스가 부모의 뇌에 담기는 흔적이 '우울'이라는 정서 상태를 통해 구체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양육자의 정신 건강, 특히 양육자의 우울함에 대한 조기 관심과 관리가 부모 개인을 넘어 가정 전체의 정신적 안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뇌연구원 기본사업과 국립정신건강센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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