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1년 '절반의 안착'…시장 안정 속 경쟁 효과는 미미

구자윤 기자
2026.07.21 14:22
단통법 폐지 전후 번호이동 추이/그래픽=김지영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된 지 1년이 됐지만 정부가 기대했던 보조금 경쟁과 단말기 구매 부담 완화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했던 '성지 대란'이나 이용자 차별은 재연되지 않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할 변화도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2일 단통법 폐지로 이동통신사의 지원금 공시 의무와 유통점 추가지원금 상한이 사라졌다. 선택약정 할인과 추가지원금의 중복 제공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번호이동 시장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았다. 번호이동은 통신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 후인 올해 1~6월 월평균 번호이동은 65만7517건으로, 폐지 전인 지난해 1~6월(64만7865건)보다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과거처럼 저렴한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이 '성지'에 밤새 줄을 서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올해 1월 번호이동은 99만9344건으로, KT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위약금 면제 영향이 반영된 일시적 증가였다.

이통 3사의 마케팅 비용은 늘었다. 올해 1분기 마케팅 비용은 SK텔레콤 740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1%, KT는 6873억원으로 9.9%, LG유플러스는 6142억원으로 11.7% 증가했다. 다만 해킹 사고에 따른 가입자 유치·방어와 신제품 출시 등이 반영돼 단통법 폐지 효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알뜰폰의 가입자 유치력이 약해진 점은 부작용으로 지목된다. 폐지 전인 지난해 1~6월 알뜰폰은 이통 3사로부터 월평균 3만5358명을 순유입했지만,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월평균 순유입은 761명에 그쳤다. 이통사의 지원금 자율성이 확대되면서 알뜰폰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후속 제도 마련도 늦어지고 있다. 방미통위의 시장 모니터링·이용자 차별 방지 관련 종합 시책은 안건 보류로 상반기 예정됐던 발표가 하반기로 밀렸다. 현장에서는 추가지원금 허용 범위와 이용자 차별 기준 등을 두고 혼선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포화된 시장과 AI(인공지능) 투자 부담을 보조금 경쟁이 살아나지 않은 배경으로 꼽았다. 이통 3사의 점유율 구도가 고착된 데다 AI와 6G 등에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보조금을 늘릴 여력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통법 폐지 이후 경쟁이 이전보다 다소 활성화됐지만 우려했던 부작용 없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며 "AI 투자 부담을 고려하면 과거와 같은 보조금 경쟁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앞으로는 요금제와 AI 서비스 중심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당초 목표였던 단말기 구매 부담 완화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후속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