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10일 하이난 상업용우주선발사장에서 '창정-10B' 운반 로켓 1단 회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1단 로켓 회수에 성공한 두 번째 국가가 됐다.
실제로 우주 개발을 상징하는 장면은 로켓 발사다.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치는 로켓은 한 나라의 기술력과 산업의 미래를 보여준다. 한국도 누리호 등 발사체와 위성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독자적인 우주 접근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돈이 되는 우주경제의 대부분은 지구상에 있다. 정확히는 우주에서 보내는 신호·정보를 활용한 다운스트림 산업의 부가가치가 더 큰 시장이다.
업스트림이란 우주로 로켓, 인공위성 등 무언가를 보내기까지의 산업을 말한다. 위성·우주선·발사체 제조, 지상관제 장비, 발사 서비스 등이 좋은 예다. 스페이스X의 우주선 발사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다운스트림이란 우주 인프라를 통해 확보한 정보 등을 지구에서 활용하는 산업을 말한다. 위성통신, 위성방송, GPS, 내비게이션, 지구관측 영상, 기상, 재난, 농업, 물류, 위성항법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대표적인 다운스트림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유럽우주국(ESA)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6 우주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우주시장 규모는 약 5650억 유로(약 950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로켓 발사와 관련된 '업스트림' 시장은 750억 유로, 다운스트림 시장은 약 4900억 유로로 집계됐다. 다운스트림 시장 비중이 87%로 업스트림 시장 보다 약 6.7배 컸다.
이같은 구조는 국내에서도 유사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024년 1월 발표한 '2023년 우주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우주기기제작 매출은 6357억 원, 우주활용은 2조 3162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략 업스트림 시장이 21.5%, 다운스트림 시장이 78.5%를 차지했다.
실제로 우주경제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와 있다. 스마트폰으로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이동하며, 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 음식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선박과 항공기는 위성항법을 이용해 움직이고, 일기예보와 재난 감시에는 위성 관측 자료가 쓰인다. 농업에서는 작황과 토양 상태를 살피고, 물류업에서는 차량과 화물의 이동을 추적하고 있다.
물론 '87%'라는 숫자는 주의해서 봐야 한다. ESA가 집계한 다운스트림 시장의 77%는 위성항법시스템 관련 시장이다. 여기에는 위성 자체를 운영하는 기업의 매출뿐 아니라 위성 신호를 받는 장비와 관련 서비스가 폭넓게 포함된다. 스마트폰 위치정보 기능이나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장까지 우주경제에 넣으면 전체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우주경제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과는 달리 기존에 쓰고 있는 분야가 우주기술이 접목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ESA도 우주산업 자체가 창출하는 가치와 우주 기술이 다른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구분하고 있다. 위성과 로켓, 위성 신호 수신기, 위성통신 서비스는 우주 부문이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상품이다. 반면 구글 지도나 차량호출 플랫폼이 위성항법을 활용해 창출한 가치는 우주 기술이 경제와 사회에 미친 파급효과에 가깝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민간기관들의 우주경제 통계가 지상 장비와 파생 서비스를 폭넓게 포함해 우주기업들이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주경제 전체를 우주기업이 차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통계의 착시는 우주 활용 산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우주경제에서 돈을 누가 버는지를 보여준다. GPS 신호를 보내는 위성보다 그 신호를 활용해 승객과 운전자를 연결한 차량호출 플랫폼이 더 큰 사업을 만들 수 있다. 위성사진을 촬영한 기업보다 이를 분석해 농작물 생산량과 홍수 피해, 공장 가동 상태를 알려주는 기업이 더 높은 부가가치를 가져갈 수도 있다.
실제로 앞으로 우주경제의 새 먹거리도 상당 부분 다운스트림 산업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세계경제포럼과 맥킨지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 '1조 8000억 달러의 우주경제, 세계 성장의 새로운 기회(Space: The $1.8 Trillion Opportunity for Global Economic Growth)'에서 세계 우주경제가 2023년 6300억 달러에서 2035년 1조 8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9%로 세계 경제 성장률을 웃돈다. 이 중 공급망·운송, 식음료, 국방, 유통·소비재·생활산업, 디지털 통신 등 5개 산업이 2035년까지 우주경제 증가분의 60% 이상을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했다.
우주 기술이 기존 산업에 도입되면 혁신이 나타날 수 있다. 농업에서는 위성영상과 정밀 위치정보를 활용해 물과 비료, 농약을 필요한 곳에만 투입할 수 있다. 해운·물류기업은 선박과 화물의 위치, 기상 정보를 결합해 항로와 운송 일정을 최적화하고 연료비와 재고비용을 줄일 수 있다.
보험사는 홍수나 산불 피해 지역을 위성으로 빠르게 파악해 현장 조사비와 보험금 지급 시간을 줄이고 금융회사는 항만의 물동량이나 유전·광산의 움직임을 분석해 기업 실적과 원자재 수급을 더 빨리 추정할 수 있다. 위성통신과 스마트폰의 직접 연결도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산간과 해상, 재난지역처럼 지상 기지국을 설치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통신이 가능해지면 이동통신사의 서비스 범위가 넓어진다. 자율주행차와 드론이 확산될수록 오차가 작은 위치·시각 정보의 가치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도 다운스트림 산업 육성에 투자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발사체와 위성 기술 개발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 시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간단히 말해서 우주경제의 승자는 가장 많은 로켓을 쏘는 나라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에서 내려온 신호와 데이터를 가장 많은 산업에 심고, 이를 비용 절감과 새로운 매출로 연결하는 나라가 더 큰 과실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은 자동차와 조선, 반도체, 통신, 정보기술 등 우주 데이터를 활용할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자동차 회사는 위성 위치정보를 자율주행과 물류에 연결할 수 있고, 조선사는 위성통신과 운항 데이터를 이용해 연료 절감과 예지 정비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통신사는 지상망과 위성망을 결합할 수 있고, 보험사와 금융회사는 위성영상으로 기후·재난 위험과 원자재 흐름을 분석할 수 있다.
위성 데이터를 수신하는 지상국을 구축·운영하는 기업 컨텍의 강우성 팀장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농작물 관리, 위성 영상 분석을 통한 스마트시티 운영, 재해 대응 등과 관련된 위성 영상 솔루션 회사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그런 부분이 향후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위성을 쏘아 올리는 업체가 늘어나는 만큼 지상국을 운영하는 업체, 데이터를 전처리하는 업체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