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75개 크기. 거대한 산을 깎아 조성한 약 57만㎡(제곱미터)의 드넓고 단단한 화강암 지대에 세계 최고 성능의 연구 시설 '한국새빛가속기'(KSL·Korea Light Source)가 들어선다.
충북 오송역에서 버스를 타고 약 40분간 달려 도착한 가속기 착공 현장은 5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가속기 착공을 준비해온 과학기술계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한국새빛가속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충청북도 등과 함께 2021년 7월부터 약 1조1643억원을 투입해 추진해 온 대형 연구인프라다. 주관 기관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이다. 대국민 공모를 통해 '새빛'이라는 새 이름을 붙이기 전까지는 지명을 따 '오창 4세대 방사광가속기'라고 불렸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할 때 발생하는 방사광(밝은 빛)을 활용해 물질의 구조와 특성을 원자 수준에서 들여다보는 연구 장비다. 매우 밝은 빛을 쏘는 거대한 현미경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계는 물론 반도체·이차전지·신약 등 산업계의 수요가 매우 높다. 대표적으로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가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나왔다. 뉴라미니다아제 단백질을 원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분석해 바이러스의 탈출구를 '원천 봉쇄'하는 수준으로 분자를 재설계했다. 나노미터(nm) 단위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도 쓰인다. 층층이 쌓인 계면 속 아주 미세한 이물질을 반도체를 쪼개거나 갈라보지 않고도 알아낼 수 있다.
특히 새빛가속기는 전 세계 몇 없는 최신형 '4세대 방사광 가속기'다. 가속기의 성능은 빛의 밝기로 구분한다. 빛이 밝을수록 물질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4세대 가속기가 내는 빛의 밝기는 경북 포항에 있는 포항 3세대 가속기의 약 100배다. 신승환 구축사업단장은 "빛의 밝기로 보면 현재 세계 3위, 향후 10~20년까지도 세계 4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KBSI에 따르면 현재 유럽연합, 중국, 미국에서 보유하거나 건설 중인 4세대 원형 가속기는 13기다. 신 단장은 새빛가속기의 특장점이 '가성비'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조건 큰 규모, 무조건 큰 에너지가 아닌 수요자가 원하는 실험에 따라 최적화된 방사광을 낼 수 있도록 설계한 가성비 최고의 시설"이라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2029년 말까지 방사광가속기 1기와 빔 라인 10기를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2030년 시범 가동을 거쳐 2031년 본격 개방한다. 빔 라인은 실제 빛에너지를 내는 핵심 시설이다. 10기 중 3기(△바이오신약-바이오소각산란 △소재 구조 분석 △연엑스선 나노프로브)는 국내 신약·반도체·이차전지 기업 등 산업계에 우선 배분한다. 나머지 7기는 기초 원천연구계를 우선 지원한다. △나노스케일 각분해 광전자 분광 △고에너지 현미경 △실시간 엑스선 흡수 분광학 등이 있다.
다만 점점 늘어나는 가속기 수요를 10기로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김재영 포항가속기연구소장은 "연구소에 들어오는 제안서만 1년에 약 3000개"라며 "2.5대 1의 경쟁인데, 최첨단 기술 수요에 따라 가속기 활용이 많아지며 새빛이 준공돼도 경쟁률 문제가 바로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40기까지 늘려가며 활용처를 넓힌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