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어려운 도전입니다. 인생을 '올인'하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뒷받침 해줘야 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최초로 시도 중인 고위험·고수익 R&D(연구·개발) 모델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를 이끄는 책임PM들은 28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계도전 아스트라(ASTRA) 데이'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는 2024년, 전 세계 누구도 도전한 적 없는 전 인류적 난제를 과학기술로 풀겠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여타 정부 R&D 사업과 가장 큰 차이점은 '책임PM'의 존재다. 문제 정의부터 기획·평가·관리 등 R&D의 전 과정을 총지휘할 권한을 PM에게 부여했다. 프로젝트의 모델이 된 미국 DARPA(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 수준의 강력한 자율권은 아니지만 과제 내 예산 편성과 연구팀 선정 등 일부 예산·인사권도 PM이 쥐고 있다.
미션도 도전적이다. 총 8개 과제가 진행 중인 가운데, 바이오 분야 과제인 '마이 시크릿 히어로'는 '나도 인식하지 못하는 나의 질병을 알아서 진단·예방해주는 자율진단 기술'이다. 사람이 "아프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치료가 이뤄지는 수준의 제어를 목표로 한다. '기억의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 과제는 '기억'의 실체를 밝힌다. 사람의 기억을 데이터화하고 저장해 외부로 꺼낸 뒤, 재인식시킬 수 있는지 실험하는 것이다. 추상적인 개념인 '기억'을 마치 문서처럼 자유자재로 꺼내쓰는 셈이 된다.
다만 실제 연구를 수행하는 교수 등 연구진 입장에서는 '인생을 걸어야'하는 숙제다. 수억원을 쏟아붓고도 성공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럼에도 '3책 5공' 제한에 걸린다. 3책 5공은 연구자가 참여할 수 있는 국가 R&D 과제의 수 제한 기준이다. 연구책임자로서는 최대 3개, 공동연구는 최대 5개까지 참여할 수 있다. 한계·도전 프로젝트에 투입됨으로써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은 개인 연구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책임PM의 존재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PI(연구책임자)는 "어떨 땐 시어머니 같지만, 어떨 땐 러닝메이트 같은 관계"라고 표현했다. 연구 현황을 보고하고 검사받아야 한다는 면에서 불편함도 있지만, 동시에 실패의 책임도 함께 지는 존재라는 의미다.
시간의 압박도 있다. 또 다른 PI는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PM께서도 '가능한 게 아닌 필요한 걸 하라'고 하는데, 필요한 걸 하다 보니 자꾸 제 전공 분야를 넘어서는 역할도 하게 된다"며 "그러다 보니 좌충우돌이 많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고 했다. 실제 2024년 출범 이후 2년 반을 넘긴 현재 시점임에도 이제야 '기술적 준비'가 됐다는 게 PI의 설명이다. 과학의 영역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에 구혁채 1차관은 "다양한 지원 트랙이 준비돼 있어 연구 단계에 맞춰 지원받을 방법이 있다"고 했다. 이어 "한계·도전은 정부도 처음 시도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첫 참여자의 피드백이 가장 중요하다"며 "목표가 분명하면 방식은 상관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선돼야 할 방식과 제도를 계속해서 말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