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맞히기가 수학의 목적 아니다"…필즈상 25명, AI 기업에 경고

최민경 기자
2026.09.12 18:38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

한국계 수학자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와 테런스 타오 UCLA 교수 등 필즈상 수상자 25명이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수학 난제 풀이 경쟁이 수학 연구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기업 간 난제 풀이 경쟁이 수학을 '기록 경쟁'처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11일(현지시간) 이들은 '수학에서 AI의 심각한 불일치'(A Severe Misalignment of AI in Mathematics)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허 교수와 타오 교수를 비롯한 필즈상 수상자 25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성명은 오픈AI가 지난 8일 AI 시스템을 이용해 7대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인 나비에-스토크스 문제의 해법을 찾았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오픈AI에 따르면 약 1만개의 AI 에이전트가 88시간 동안 작업했으며 270만개의 메시지와 약 1300억개의 출력 토큰이 사용됐다. 이후 GPT-6 아스트라를 이용한 형식화와 검증에 17시간이 추가로 걸렸다.

성명은 "최근 몇 달간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수학 능력은 급격히 향상돼 여러 수학 분야의 주요 미해결 문제를 풀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면서도 "AI 기업들이 수학 문제 해결을 벤치마크로 삼으려는 움직임은 수학이라는 학문과 수학 공동체에 해롭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를 푸는 것은 개념적 이해와 통찰이라는 주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이자 대리 수단에 불과하다"며 "AI 시대에 이를 잊는다면 그 도구가 오히려 본래의 목표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유명 난제에 대해 "수학적 지형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가늠하는 이정표 역할을 해왔다"며 "해결 과정에서 나온 새로운 통찰과 방법은 이후 강연과 토론, 검증과 단순화 과정을 거쳐 수학계에 자리 잡아왔다"고 설명했다.

AI가 빠른 속도로 해법을 내놓는 과정에서 연구 성과의 정리와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우려했다. 성명은 "해법이 서둘러 발표되면서 새로운 방법과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관련 선행 연구를 인용할 시간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심각한 저자 표시와 표절 문제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또 "AI가 만들어낸 아이디어도 이를 발전시키고 수학의 정식 지식 체계에 통합할 수학자들이 없다면 완전히 살아 있는 아이디어가 될 수 없다"며 인간 연구자 사이의 지식 전달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 같은 문제가 수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봤다. 성명은 "AI가 업무 수행 방식을 바꾸더라도 애초 그 일이 무엇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는지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학계와 AI 기업, 사회 전체가 관련 문제를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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