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대에 그친 휴머노이드 로봇 판매…"지금은 데이터 축적 경쟁"

안재용 기자
2026.09.27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휴머노이드 로봇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모닝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에서 참관객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유니트리의 G1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3.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최근 중국 증시에 상장한 두 기술 기업 창신메모리와 유니트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창신메모리 주가는 상승추세를 이어가는 반면 유니트리는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둘 다 인공지능(AI) 산업의 미래를 상징하는 기업이지만 주가 흐름은 차이가 크다.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STAR Market)에서 창신메모리 주가는 지난 21일 기준 56.88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상장일(7월27일) 종가 49위안 보다 약 16.1% 높은 가격이다. 반면 같은 시장에 상장된 유니트리는 같은 날 494.85위안으로 장을 마감했다. 상장일(8월19일) 종가인 845위안 대비 약 41.4% 하락했다. 공모가(150.8위안)보다는 높은 가격이지만 상장일 시가(1100위안)를 고려하면 상장 이후 해당 주식을 매수한 상당의 투자자가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의 연산을 떠받치는 메모리를 만드는 기업과 AI에 몸을 주는 기업 간에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中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지 연구용?

실마리는 판매량에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산업·전문서비스용 휴머노이드 로봇 판매량은 약 7000대에 그쳤다. 이는 IFR이 처음 집계한 휴머노이드 로봇 통계다.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량은 2024년 54만2000대였다.

물론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이제 막 시작됐음을 고려하면 판매량 자체는 기업의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 수 있다. 관련 기업 상장 전에는 매출이 발생한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관련 기업들이 상장한 이후에는 투자자들이 보다 엄격한 눈으로 매출을 뜯어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구매 목적이다. 판매된 휴머노이드 로봇 중 상당수는 연구기관과 AI 개발 기업으로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에서 사람을 대신해 제품을 만들거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실제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드는 데 쓰이기보다는 피지컬AI 개발 자체에 투입되는 것이 많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와 데이터 수집·실증 시설에 상당한 재정·정책 지원을 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휴머노이드 로봇 매출이 독립적인 수요가 아닐 수 있다.

중국 금융당국도 이 지점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금융당국은 일부 휴머노이드 기업의 기업공개(IPO)에 비공식적으로 제동을 걸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 지원을 받는 로봇 학습·데이터 수집센터 등에서 발생한 매출이 지속 가능한지를 살피고 있다. 정부가 육성하는 시설에서 로봇을 사주는 구조가 독립적인 고객의 반복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SDS '리얼 서밋 2026'에서 참가자들이 레인보우로보틱스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2026.09.08.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
상용화 보단 연구 중심, 중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품 생산·서비스 제공보다 연구에 쓰이는 것이 중국의 일만은 아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아직 대규모 상용화보다 학습 데이터 축적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모습은 미국에서도 나타난다.

미국 휴머노이드 기업 앱트로닉은 지난 6월 텍사스 오스틴에 휴머노이드 훈련시설 '로봇 파크'를 확대했다. 이곳에서는 여러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다양한 작업을 반복하며 실제 환경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구글 딥마인드의 로봇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사용된다. 앱트로닉은 고객사와 협력사 사업장에도 비슷한 데이터 수집 거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피규어AI는 한발 더 나아가 로봇이 아니라 사람을 이용해 전 세계 행동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공개한 '인덱스 프로젝트'에는 100여개국에서 26만명 이상이 앱을 내려받았고, 이용자들이 촬영한 인간의 행동 영상은 1600만개를 넘어섰다. 피규어AI는 범용 로봇을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물리세계 데이터는 인터넷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향후 1년간 데이터와 컴퓨팅에 10억달러 이상을 쓰겠다고 밝혔다. 생성형 AI가 인터넷의 글과 이미지를 학습했다면 피지컬AI 기업들은 이제 현실 세계에서 직접 학습자료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비슷한 움직임은 유럽과 일본에서도 나타난다. 독일 로봇 기업 뉴라 로보틱스와 뮌헨공대는 올해 유럽 최대 규모의 피지컬AI 훈련센터 'TUM 로보짐'을 만들고 대규모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해 학습 데이터를 축적하기로 했다.

일본에서도 지난달 지바현에 최대 4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전문 오퍼레이터가 상주하는 피지컬AI 데이터 수집시설이 가동을 시작했다. 작업자가 가상현실(VR) 장비로 로봇을 조종하며 공장과 물류 현장의 작업 데이터를 모으는 방식이다. 국가와 기업은 다르지만 현재 휴머노이드 산업의 공통된 과제 가운데 하나가 '로봇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로봇에게 일을 가르칠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에 있음을 보여준다.

앤소니 킴 헤리티지재단 국제경제 선임연구원 및 국제협력매니저, 에프간 니프티 카스피안 정책 센터 대표가 23일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진행된 '2026 키플랫폼' 개막총회 '패권 제로의 시대: Lean 네이티브 AI 한국 제조업 진화의 키'에서 'K-슈퍼 생산성 패러다임의 확장: 문명의 교차로 확보 전략'에 대한 특별대담을 갖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본격 수익화는 '아직'…피지컬AI 경쟁은 '살벌'

그렇다면 왜 로봇기업들은 제품 판매보다 데이터 확보에 이처럼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을까. 생성형 AI와 피지컬AI의 가장 큰 차이 가운데 하나는 학습자료다. 생성형 AI는 인터넷에 이미 축적돼 있던 글과 이미지, 영상 등을 활용할 수 있었다. 반면 현실세계에서 움직이는 로봇에게 필요한 행동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즉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스스로가 데이터를 만들면서 피지컬AI를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로봇도 영상과 언어 지식을 활용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손의 움직임까지 완성되지는 않는다. 컵을 집는 모습을 보는 것과 컵을 깨뜨리지 않을 만큼 힘을 주고 들어 올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물체의 무게와 재질, 미끄러짐에 따라 움직임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도 배워야 한다.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로봇은 이런 경험을 데이터로 학습해야 한다. 결국 지금 각국에서 만들어지는 로봇 훈련시설은 피지컬AI 시대의 학습자료를 생산하는 일종의 '데이터 공장'인 셈이다.

그렇다면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과 자금 투자가 필요해 보이는데도 기업들은 왜 개발 경쟁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이유 중 하나는 피지컬AI 특유의 '선점효과'에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실제 현장에 많이 투입할수록 행동 데이터가 쌓이고,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로봇의 판단과 작업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 성능이 좋아진 로봇이 다시 더 많은 현장에 투입되면 추가 데이터가 쌓인다. 본격적인 시장이 열린 뒤 뛰어들 경우 선두 업체와의 격차가 이미 상당히 벌어져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대량생산 경험도 마찬가지다. 휴머노이드의 가격은 낮추고 신뢰성은 높이려면 액추에이터와 감속기, 센서 등 수많은 부품을 실제로 생산해봐야 한다. 시장이 충분히 커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장을 짓기보다 지금부터 공급망과 생산기술을 확보해야 향후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다. 전기차 산업을 통해 모터와 배터리, 정밀부품 공급망을 확보한 중국이 휴머노이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바라보는 것은 현재 7000대의 시장이 아니라 그 이후다. 고령화와 제조업 인력 부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인간이 사용하는 공장과 물류 시설에서 여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 경제성을 확보한다면 잠재시장은 급격히 커질 수 있다. 결국 지금의 경쟁은 당장 로봇 몇 대를 더 팔기 위한 싸움이라기보다 데이터와 생산기술, 공급망을 먼저 확보해 미래 시장의 출발선에서 앞서기 위한 경쟁에 가깝다.

조성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센터장은 지난 4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6 키플랫폼'에서 "피지컬 AI가 경제를 부강하게 할 수 있고, 개발하지 않으면 굉장히 쇠락해질 것"이라며 "피지컬 AI는 하드웨어 본체보다 맥락 있는 데이터 축적이 핵심이다. 유지보수, 성능 개선 등을 고려하면 지속적 수익 모델이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