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정신차린 정부…감염·공포 다 잡을수 있을까

김명룡 기자
2015.06.01 17:10

첫 환자 격리후 잠복기인 2주일 임박…3차감염 차단 위해 격리자 확대·출국 제한

권준욱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오른쪽)과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이 1일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메르스 관련 민관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정부가 메르스(중증호흡기증후군) 격리 대상자를 지난달 30일 기준 129명에서 682명(6월1일 현재)으로 늘렸다. 격리 대상자를 기존 2차 감염 우려자에서 2차 감염자와 밀접 접촉한 3차 감염 우려자로 확대한데 따른 것. 여기에는 2차 감염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할 경우 메르스 확산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정부는 아울러 격리대상자에 대한 해외출국 제한 조치도 강구할 예정이다. 한국발 메르스 확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후속조치다.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환자 발생이 확인된 이후 보건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로 국내 메르스 환자는 18명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뒤늦게 대응 실패를 자인하고 지난달 31일 관련 전문가들과 민관합동대책반을 꾸려 3차 감염자 발생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관기획반장은 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메르스 감염 진단 대상자를 중동의 메르스 위험국가가 아닌 메르스 발생국가로 한정하는 등 융통성이 없이 결정한 것을 반성한다"며 "현재는 메르스 위험국가 전체로 확대해 검역 및 추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이번 주를 메르스 확산의 고비로 보고 있다. 2차 감염환자 17명은 지난달 15~17일에 최초 감염자 A씨(68)와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메르스에 감염됐다. 임상데이터를 근거로 하면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는 2주일이다. A씨가 지난달 20일 격리 수용된 만큼 3차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론상으로 오는 3일부터는 메르스 감염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려대 교수)은 "지금 벌어진 상황은 지역사회에서 무작위로 메르스 바이러스가 퍼진 것이 아니라 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발생한 일종의 군집발생"이라며 "메르스 환자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중동지역에 보고된 것처럼 3차 감염의 우려는 적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메르스 바이러스가 변이를 통해 전염성이 빨라졌다면 이미 중동에서 메르스 환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했을 것"이라며 "A씨로부터 채취한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중동에서 기존에 보고된 바이러스와 같고, 한국인이 메르스에 취약하다는 유전학적인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메르스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김 이사장 주장이다. 그는 "'메르스는 치료제가 없다', '백신도 없다', '치사율이 높다'는 이 세 단어가 국민들에게 공포를 심고 있다"며 "지금은 공포가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몇몇 의료기관에서만 한정돼 발생했지만, 전국적으로 공포가 더 넓게 퍼져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어떤 신종 감염병이 터지더라도 초기에는 그런 상황들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한국인 메르스 감염자가 중국으로 출국한데 따른 국제사회 불신도 불식시켜야 한다. 정부가 격리대상자에 대한 출국을 제한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법무부와 협조를 통해 격리 대상자의 경우 출국심사단계에서 출국을 막을 계획이다. 이날부터 복지부와 출입국관리사무소와의 격리 대상자 명단 공유가 실시된다.

다만 감염병 관리와 관련해 국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감염학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메르스 확산이 종식돼도 추가로 중동 지역에서 메르스가 유입될 위험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해외 유입 감염병에 대한 철저한 국가적 방역 대책을 마련하고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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