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김명룡 기자
2016.01.05 15:45

"책임은 내가 질테니 연구만 집중해라" 격려, 대형 기술수출로 이어져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한미약품이 제약업계에 연속적으로 충격을 안겼다. 첫 번째는 한미약품이 지난해 총 8조원 규모의 신약후보물질 기술수출에 성공한 것이다. 두 번째는 올해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개인주식 1100억원 어치를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나눠준 것이다.

이제 한미약품은 모든 측면에서 제약업계의 '넘사벽'이 됐다. 8조원에 달하는 기술수출이나 오너 회장이 개인재산으로 천억원대 성과급을 지급한 것은 다른 제약사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재산 1100억원을 임직원들에게 나눠주며 "임직원에게 고마움과 마음의 빚을 느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자와 월급동결 상황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 흘려가며 큰 성취를 이룬 주역은 한미약품의 모든 임직원"이라며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기업의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선두에 선 리더가 큰 그림을 그리고 따르는 사람들이 이를 잘 실행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임 회장은 큰 꿈을 품고 맨 앞에 섰고, 직원들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힘을 보탰다. 그 결과 한미약품은 사상 초유의 신약기술 수출 성과를 냈다.

여기까지는 여느 성공한 기업 스토리와 비슷하다. 임 회장이 자신의 재산을 직원들에게 내놓은 것은 다른 점이다. 기술수출 성과는 직원들과 나누면서도, 기술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다시 연구·개발(R&D)에 쓰겠다는 의지다.

이번에 임직원들은 1년치 연봉을 성과급으로 받지만, 회사가 내는 돈은 전체 성과급의 20% 정도다. 임 회장의 주식보유지분 가치가 2조원이 넘는다지만,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이미 임 회장은 자체 글로벌 신약개발이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한 번의 성공이 다음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 만큼 한미약품이 새로운 항해를 하는 동안 거친 파도나 폭풍우의 위협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임성기라는 선장에 대한 믿음이 커진 지금, 한미약품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확률은 매우 높아 보인다.

다른 산업군보다 역사가 깊은 제약업계에는 유독 많은 '회장'님들이 있다. 연 매출이 몇 백억원에 불과해도, 다국적제약사 제품만 가져다 파는 식으로 회사를 경영해도, 호칭은 너도나도 '회장'이다.

지난해 한미약품이 대형 기술수출을 발표했을 때 한 제약사 회장은 연구·개발부문 임원들을 모아놓고 "너희는 도대체 뭐 했느냐"며 닦달했다고 한다. 평소 "모든 책임은 내가 질테니 너희는 연구만 집중해라"고 연구진을 격려했던 임 회장과 차별화된 모습이다.

임 회장이 주식을 나눠 준 것을 보고, 다른 제약사 회장들이 자신 회사 직원들에게 무슨 얘기를 했을지 궁금하다. 제약업계의 수 많은 회장들이 어떤 성과를 냈다고 해서 자신의 주머니를 열어 직원들과 나눈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다. 직장인이 좋은 리더를 만난다는 건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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