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장 갖춘 바이오벤처', 한미처럼 도약하려면

안정준 기자
2016.03.17 03:30

"신약 개발 단계에만 머물고자 하는 바이오벤처는 아마도 없을 겁니다"

조중명크리스탈지노믹스(이하 크리스탈) 회장은 의약품 생산공장을 마련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크리스탈은 당초 공장 없이 연구개발만으로 신약 판매를 허가받은 최초의 바이오벤처다. 이 회사는 원료의약품 생산업체 화일약품을 인수한데 이어 의약품 제조업체 비티오생명제약도 품에 안았다. 공장을 갖춘 바이오벤처로 거듭난 것.

크리스탈의 변화는 신약 성과를 하나둘 내기 시작한 바이오벤처 업계가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는 전환점이다. 지금까지 업계 화두는 '신약 개발'이었다. 하지만 개발된 신약을 판매하는 시점에서는 '판매수익'에 대한 고민도 시작된다. 원료와 약품 생산, 판매를 외부에 맡길 경우 수익이 반 토막 나기 때문이다. 바이오벤처가 자체 수익을 통해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온전한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술수출을 위해 공장 마련에 나선 바이오벤처도 나온다. 지속형 당뇨치료제 기술수출을 준비 중인 P사 대표는 "기술수출을 계획 중인 신약이 임상 2상을 넘어가면 공장이 필요하다"며 "임상 3상에 필요한 약품 생산능력을 증명해야 기술수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약품 기술수출 대박도 생산능력이 뒷받침된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대형 제약사 한미약품을 모델로 달려가는 업체가 생겨나기 시작한 점 역시 바이오벤처 도약을 보여주는 또 다른 단면이다.

하지만 '공장을 갖춘 바이오벤처'를 마냥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다. 매출을 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장 마련에 나서는 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상장 요건에 맞추기 위해서다. 정부는 바이오벤처에 한해 연 매출 30억에 미치지 못해도 관리종목 지정을 유예해 주는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신약 개발에 나선 바이오 업체에 '높은 벽'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바이오벤처 A사 대표는 "개발 초기에 기술수출을 해도 매년 마일스톤(단계별 기술수출료)이 30억원 이상 들어오기 쉽지 않다"며 "신약개발 단계 업체가 30억 매출 확보를 위해 공장을 인수하면 연구에 쏟을 여력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공장을 갖춘 바이오벤처'는 분명 업계 도약 신호탄이다. 하지만 '억지로 공장을 갖춘 바이오벤처'가 나오는 한 그 도약 폭은 낮아질 수 밖 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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