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또 인상' 팬데믹 때도 이러지 않았다…"5월 위기" 나프타 비상

'인상 또 인상' 팬데믹 때도 이러지 않았다…"5월 위기" 나프타 비상

박정렬 기자
2026.04.24 10:00

[MT리포트] 구멍 뚫린 주사기 안전망 ②가격인상 압박

[편집자주]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나프타 공급 부족이 주사기 수급 불안으로 이어지며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주사기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고 '사재기' 단속에 나섰는데도 의료 현장 일각에선 주사기 '품절'이 이어진다. 주사기 공급량은 예년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주사기 수급이 불안한 원인을 진단하고 의료제품 공급 안정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해 본다.

의료제품 원자재 가격 인상률/그래픽=이지혜
의료제품 원자재 가격 인상률/그래픽=이지혜

대학병원에 의료제품을 납품하는 김모 대표는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가격 인상 공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김 대표는 "일회용 주사기, 수액 포장재, 의료용 튜브, 장갑, 감염 보호복까지 다양한 의료제품이 중동전쟁의 영향권 안에 있다"며 "코로나19 당시에도 경험해보지 못한 초유의 상황"이라고 혀를 찼다.

그가 머니투데이에 공유한 단가 인상 공문은 4월 한 달에만 8개 업체 이상에서 보내온 것이었다. 업체들은 중동전쟁에 따른 환율 인상·원자재 비용 증가를 가격 인상의 공통 이유로 지목한다. 탈지면, 일회용 가운, 석고 신발 등을 제조하는 A사는 지난 13일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전국 중대형 병원에 일회용 식염수 주사기 납품하는 B사는 다음 달 1일부터 기존 단가 대비 가격을 30%나 한꺼번에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한 달새 2회 인상을 통보한 곳도 여러 곳이다. 수액백, 알코올 솜 등을 만드는 C사는 3월 말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5%대로 제품 단가를 인상한 데 이어 다음 달부터 추가로 전 제품의 공급단가를 평균 약 10% 올린다고 안내했다. 기존 인상 수준으로는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감염 관리에 필수적인 보호복, 일회용 장갑을 제조 판매하는 D사도 이번 달 1일 발주분부터 가격을 10% 일괄 인상했는데 최근에 또 5월 1일부로 가격을 추가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제품 수급대응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제품 수급대응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원자재 인상 수준은 가히 '역대급'이다. 머니투데이가 제조업체로부터 입수한 원재료 인상률에 따르면 중동전쟁 이전인 2월 말 대비 4월 20일 현재 인상률은 △폴리프로필렌(PP) 46%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ABS) 36% △폴리염화비닐(PVC) 27% △포장지 22%에 달한다.

원유 정제 과정에 나프타가 나오고, 이를 가공해 PP, ABS, PVC, 폴리카보네이트(PC), 폴리에틸렌(PE) 등 의료제품의 '재료'를 만든다. 중동전쟁으로 원유 수입이 막히면서 뒷부분의 부산물까지 차례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다음 달이면 나프타를 공급하는 국내 정유 공장 가동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다"며 "아직은 평시 수준으로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5월이면 진짜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우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원자재 중 하나만 빠져도 생산이 중단되는데, 부족한 원자재를 대체하려 해도 허가까지 수개월이 걸려 즉시 교체가 어렵다"며 "중동이 아닌 중국·러시아 등에서 물량을 확보하려 애쓰고 있지만 수요가 몰리면서 최근 중국의 PVC 단가가 지난해 동기 대비 15~16% 오르는 등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덧붙였다.

아직 제조현장에서는 유통 단계의 매점매석 단속이나 의료제품에 나프타 우선 공급 등 정부 가격 통제 정책이 체감되진 않은 모습이다. 주문량은 여전히 평시 수준을 웃돌고 원자재 가격은 이미 수 십% 급증한 상황에서 지금도 주 단위로 상승하고 있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공급할 수 있는 원자재 물량을 기간별로 정리해 전달해주면 좋겠다"며 "생산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유통업체나 의료기관의 불안도 줄여 '사재기 현상'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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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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