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회장님, 이제 공부하셔야 합니다"

안정준 기자
2016.04.28 03:35

"대다수 회장님들이 나는 기술에 대해 잘 모른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합니다"

제약·바이오업계 '오픈이노베이션'(외부 아이디어를 이용한 기술 발전) 성공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A 바이오벤처 대표는 '회장님'을 언급했다. 바이오벤처와 학계 연구성과가 대형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세계 최초 신약'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형 제약사 '회장님'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신약 기술수출 성과가 연달아 나오며 업계 화두가 됐다. 우리의 기술을 도입해 세계 최초 신약을 키우려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처럼, 국내 대형 제약사들도 기술력 높은 토종 바이오벤처와 학계 기술을 도입해 한국형 신약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것이다.한미약품과 동아쏘시오그룹이 바이오벤처 투자 전담조직을 마련한 이유도 여기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대다수 제약업체 '회장님'들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을 보고할 때 "확실하게 되는 거냐"는 대답이 회장님으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라고 전했다.

개발 확률 0.02%의 신약은 성패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결국 최고 경영진이 연구진 설명을 이해하고 가능성을 발굴해야 하는데 기술에 대한 회장님들의 이해도가 매우 낮다는 것이다. "확실하게 되는거냐"는 말에는 그러한 '무지'가 담긴 셈이다. 연구진들은 '확실하게 될 만한' 제네릭(복제약) 개발 등을 보고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바이오벤처 업계는 될 만한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에 넘긴다. B 바이오벤처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 경영진과 기술수출 논의를 하면 '과학'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며 "반면 국내는 '확실성'과 '가격'부터 물어본다"고 말했다. 결국 학계 연구는 신약 개발로 연결되지 못한 채 연구실 안에 머문다. 대형 제약사가 학계에 관련된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기에는 회장님을 설득하기 위한 '확실성'이 부족하다.

화이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 경영진은 매년 연초에 열리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가해 4일간 30분 단위의 '기술협상'을 1500개 이상 소화해 낸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경영진들이 여기서 발굴한 '가능성'이 세계 최초 신약으로 발돋움한다. 국내 제약사 회장님들도 '기술 공부'에 시간을 할애해 '오픈이노베이션' 첨병으로 직접 나서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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