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의 DNA를 분석해 개인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맞춤형 의료' 첫 발을 내딛는 것입니다"
5월23일 서울대학교 유전공학연구소. 웹 클라우드 미생물 DNA 분석 서비스 'CG'(comparative genomics) 출시 의미를 묻는 질문에 천종식 천랩 대표(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는 이 같이 말했다.
'BT'(바이오기술)와 'IT'(정보기술) 융합 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의 장내 미생물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천랩은 2009년 서울대 학내 벤처로 출범한 바이오벤처다. 올해 기술성평가를 통한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한 천랩은 오는 16일 미국 보스톤에서 개최되는 '미국미생물학회(ASM)'에서 'CG'를 출시하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서비스에 나선다.
'CG'는 미생물 DNA 분석이 필요한 전 세계 기업과 국가기관, 연구자들이 천랩의 홈페이지에 관련 데이터를 올리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서비스다. 서비스 사업 모델은 단순해보이지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쉽지 않다.
인간의 장에는 100조개의 미생물이 산다. 몸 안의 전체 세포수 보다 10배 이상 많다. 이처럼 방대한 미생물 DNA 정보를 해석해내려면 고도의 'BT'와 'IT' 기술, 그리고 긴 시간동안 구축한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분석된 정보의 적용 영역도 제약, 의료, 식품 등 무궁무진하다. 천 교수는 "장내 미생물은 인간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데 면역 조절이 안돼 발생하는 질환은 류마티스 관절염, 과민성대장질환, 자폐, 치매, 우울증 등 다양하다"며 "이 같은 미생물의 DNA 분석 정보를 바탕으로 한 신약 개발이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CG 서비스는 '네비게이션'과 비교하면 이해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네비게이션이 구동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맵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는 미생물 DNA 분석을 위한 툴이고, 맵데이터베이스는 미생물 DNA 정보 데이터베이스인 셈이다.
이 두가지를 모두 갖춘 천랩은 운전자가 네비게이션을 통해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방법을 입맛대로 찾아내는 것처럼 'CG'를 통해 고객들이 맞춤형 정보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 모두를 구축하고 분석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업체는 없다.
이 같은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천 대표의 독특한 이력이 있다. 천 대표는 중학생 시절 잡지를 보며 프로그래밍을 독학할 만큼 컴퓨터에 빠져 살았다.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보다 컴퓨터를 많이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을 찾던 천 대표는 1995년 영국 뉴캐슬대학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미생물 분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BT'와 'IT' 두 개의 두뇌를 갖췄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한땀 한땀 직접 만들어나간 데이터베이스에는 현재 6만여 종의 미생물 정보가 담겨있다. 이 같은 천랩의 데이터베이스는 글로벌 연구자들의 논문 인용 횟수가 3000회로 상위 0.01%에 드는 '글로벌 표준'이 됐다. 전 세계 '미생물 네비게이션'의 로드맵이 천랩에 있는 셈이다.
'CG' 출시는 시기적으로도 상업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최근 임기 마지막 대형 과학프로젝트로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군집)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감염병과 정신질환,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과 농작물과 가축에 영향을 미치는 토양미생물 연구에 2년간 약 1440억원이 투입된다.
천 대표는 "오바마 행정부의 연구비를 받은 연구자들이 직접 미생물 정보를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관련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은 전 세계적으로 100명에 못 미치며, 천랩 수준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천 대표가 'CG' 출시를 시작으로 그리는 미래는 '맞춤형 의료'다. 천랩 서비스에 등록한 미생물 정보가 축적돼 규모가 더욱 방대해지면 이를 바탕으로 개개인에 특화된 다양한 의료진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 대표는 "궁극적으로 데이터헬스케어 회사가 되는것이 목표"라며 "미래 헬스케어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누가 정확한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