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해외 시장조사업체가 유럽에서신라젠항암 바이러스 '펙사벡' 매출 전망을 내놓은 사실을 보도했다. 간암만으로 약 7000억원 매출이 예상된다는 내용이었다.
신라젠 주주들로부터 몇 개 이메일을 받았다. 그 중에는 왜 국내 증권사 등은 이런 보고서를 만들지 않느냐는 불만 섞인 것도 있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보고서가 간헐적으로 나오긴 했으나 의미를 두기엔 부족한 게 대부분이다. 이런 현상은 신라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바이오 기업 다수에 두루 걸쳐 있다.
투자자들의 본질적인 불만은 따로 있다. 국민연금 같은 큰 손 연기금들이 바이오 기업을 거들떠 보지 않는 현실이다. 테마섹이 셀트리온에서 천문학적인 투자이익을 거두는 걸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연금 고갈을 걱정하는 것 치고는 한가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산을 불확실성이 큰 바이오 기업에 베팅할 순 없지 않느냐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더욱이 바이오 기업 주가가 너무 비싸 투자 실익이 낮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셀트리온만 하더라도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배율(PER)이 70배가 넘는다. 신라젠은 적자 기업인데 시가총액이 4조원을 넘나 든다.
이런 얘기를 하다 보면 결국 바이오 산업에 대한 연기금의 몰이해와 무관심으로 귀결된다. 잘 따지고 살펴서 될만한 기업에 투자를 하면 될 일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대형 코스피 기업 지분 5% 이상 보유하는 데 드는 돈만큼 투자하라는 게 아니다. 소액을 여러 바이오 벤처에 분산 투자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투자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기업이라도 성공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바이오 기업 특성상 신약 개발에 성공하거나 기술수출에 성공하면 상당한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연기금이 투자했을 때 효과는 또 있다. 수급 측면에서 안전판 확보다. 종목마다 악성 루머가 횡행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공매도가 판을 치는 현실에서 연기금 역할은 배가 된다. 모든 공매도 기관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주가 조작범으로 의심한다. 합리적 의심이다. 이게 아니라면 루머와 공매도 거래량의 상관관계를 설명할 길이 없다.
연구개발에 몰입해도 모자란 판에 기업은 루머에 대해 해명하고 주가를 관리 하는 데 에너지를 소비한다. 정부는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겠다면서 악성 루머와 공매도 관계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여러 측면에서 연기금의 바이오 투자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는데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건 유감스런 일이다. 당연히 연금 고갈을 운운할 자격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