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현병 환자 3575명이 약물치료를 받지 않아 '치료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조현병 환자는 21만4017명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3575명은 1년간 조현병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청구내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 허가된 조현병 치료제는 총 397개다. 이 중에서 7개를 제외한 나머지 약제는 모두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만 조현병 환자 3575명이 사실상 약물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현병 약제에 대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청구내역이 있는 환자 중 대부분은 복용 여부 확인이 어려운 경구 치료제만 이용하고 있고, 1~6개월 주기로 한 번씩만 투약해도 되는 주사 치료제 이용 인원은 2만9744명(14%)에 불과했다.
조현병 환자의 약제 접근성이 이처럼 제한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지적된다. 먼저, 조현병 환자의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 교수는 "암 환자의 경우 좋은 약제가 급여되면 직접 맞으러 가는데 조현병 환자의 경우 좋은 약이 급여돼도 자발적으로 치료받으러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복지부는 2020년부터 정신질환자 지속 치료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의료기관 참여율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올해 3월 기준 급성기 치료 활성화·병원 기반 사례관리 시범사업 참여율은 10%(대상 기관 372개소 중 39개소 참여), 낮 병동 관리료 시범사업의 경우 참여율이 3%(대상 기관 2109개소 중 64개소 참여)에 불과하다.
또 전체 조현병 환자 중 절반에 가까운 9만1664명(43%)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점도 치료제 사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조현병 환자 중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경우, 본인부담률이 낮음에도 취약계층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비용조차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복지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종성 의원은 "조현병 환자의 경우, 여러 요인으로 인해 다른 환자들에 비해 치료 접근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조현병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제때, 지속해서 받을 수 있는 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현병(調絃病)의 특징은 명칭에서 읽을 수 있다. 조현(調絃)은 현악기의 줄을 조율한다는 뜻으로, 조현병 환자의 모습이 마치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의 모습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 데서 비롯됐다. 실제로 조현병 환자는 뇌 신경이 조율되지 못했을 때 혼란을 겪는다. 기존 병명인 정신분열병(정신분열증)이 사회적 이질감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편견을 없애기 위해 2011년 개명됐다.
조현병의 주요 증상은 '환청'과 '망상'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세현 교수는 "이런 환자는 분명히 그런 소리를 들었고, 그런 상황을 봤다고들 주장해 스스로 병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조현병은 명확한 질병이다. 급성기 치료 후에도 재발을 막고, 지속적인 기능 호전을 위해 장기간 꾸준히 치료받아야 한다. 하지만 2019년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난동 사건의 범인 안인득은 2016년부터 조현병 치료를 받지 않았고, 증상이 악화하면서 2019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현 교수는 "조현병의 치료는 문제가 되는 증상을 없애는 것만이 아니라, 고통을 겪는 환자가 마음의 여유와 일상을 되찾게 하는 것"이라며 "시간과 노력이 결과라는 점을 믿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정신질환은 예방할 수 있으며,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또는 블루터치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