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선학회가 29일 '세계 건선의 날'을 맞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건선 환자의 치료에 활용할 새로운 중증도 기준안을 발표했다. 기존의 중증도 점수 기준을 완화하고 손발바닥, 생식기 등에 나타나는 '특수 부위' 건선을 평가에 반영했다.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해 치료 범위를 확대하는 글로벌 기준을 따랐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건선은 피부에 은백색의 피부 각질(인설)로 덮인 붉은 반점(홍반)과 가려움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단순히 피부가 건조해 나타나는 피부병이 아닌, 면역이상으로 인한 만성염증성 피부질환으로 평생 관리해야 한다. 외상이나 감염, 술과 담배 등 환경적 자극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학회에 따르면 건선은 세계적으로 3%의 유병률(병을 가진 환자 비율)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와 비슷한 0.5~1% 수준의 유병률을 나타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건선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해 15만6801명으로, 사회활동이 활발한 20~50대가 67%(10만5763명)를 차지했다. 실제 건선은 20대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건선 환자의 피부 증상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 초기에는 피부 각질이 새하얗게 덮이고, 나아가 발진이 생긴 피부가 두꺼워지고 합쳐지면서 병변이 눈에 띄게 커진다. 건조한 날씨에 가려움이 극심해져 피를 흘릴 정도로 피부를 긁는 환자도 많다. 특히, 손발바닥이나 생식기, 손톱, 두피 등에 나타나는 특수 부위 건선은 삶의 질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옷을 입어도 눈에 띄거나, 반대로 민감한 부위라 드러내기 부끄러워 적극적인 치료를 꺼리기 때문이다. 치료해도 부위에 따라 10~20%가량은 병변이 남는 등 효과도 제한적이다.
정혜정 재무간사(국립의료원 피부과)는 "건선 환자 10명 중 8명은 사회 활동의 제약, 치료에 대한 시간적·경제적인 부담 등을 이유로 삶의 질이 뚜렷하게 하락했다는 국내 연구가 있다"며 "암, 고혈압, 당뇨병 환자와 비슷할 정도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어릴수록, 건선을 오래 앓을수록 더 큰 고통을 호소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건선의 치료 전략은 '환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국제건선위원회나 유럽 학회 등은 △중증도 조건을 완화하고 △특수 부위의 건선을 포함하며 △치료 실패 경험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치료 가이드라인을 바꾸고 있다. 환자의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춰 중증도 평가를 새롭게 내리는 것이다.
이날 대한건선학회 역시 글로벌 기준에 맞춰 국내 건선 중증도 기준안을 △건선 면적 및 중증도 지수(PASI) 10점 이상 혹은 △PASI 점수가 5점 이상 10점 이하이면서 특수 부위에 건선이 있는 경우(해당 체표면적의 30% 이상이면서 PGA 3점 이상)로 새롭게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종전에는 중증등 또는 중증 건선의 필수 조건이 PASI 10점 이상, 체표면적(BSA) 10% 이상으로 부가적으로 PGA 중등증 이상, 삶의 질 평가 10점 이상이었다.
생물학적제제 보험급여 인정 조건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심한 건석이고 PASI 10점 이상, BSA 10% 이상, 광선 또는 전선 치료제를 3개월 이상 써도 효과가 없는 경우로 의학적인 기준보다 더 높다. 학회는 새로운 중증도 기준안을 토대로 향후 보험 급여 기준에도 변화가 따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방철환 정보이사(서울성모병원 피부과)는 "체계적인 문헌 고찰과 1, 2차에 걸쳐 70명 이상의 전문가 의견을 취합했다. 이를 통해 특수 부위의 침범 면적과 중등도를 명시해 중등증· 중증의 건선 환자의 비율이 늘어나는 것을 막으면서 심한 고통을 받는 환자를 포함할 수 있는 기준을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선 중증도 기준안은 향후 생물학적 제제 혹은 건선 신약의 사용을 특수 부위 건선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은주 홍보이사(한림대학교성심병원 피부과)는 "새로운 건선 중증도 기준안은 건선이 단순히 피부 질환이 아닌 환자의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의 특수성을 고려해 수립된 것"이라며 "건선 치료의 목표와 계획 수립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학회는 건선의 치료 목표를 상대 점수에서 절대 점수(PASI 2점)로 바꾸고 특수부위는 해당 부위 BSA 10% 이하, 중증도 개선 등의 기준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도 아울러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