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데이터 모으기 힘들어 디지털화 난항" 진단검사의학 교수들 토로

정심교 기자
2024.11.05 16:51
윤여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학술이사가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이 학회와 한국로슈진단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진단검사 데이터의 디지털화를 위한 난제를 털어놓고 있다. /사진=한국로슈진단

환자와 직접 만나지는 않지만, 환자의 질병 상태를 정확히 찾아내는 '보이지 않는 의사'가 있다. 바로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다. 이들은 환자에게 의심 증상이 있거나,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어도 검사 결과를 판독해 임상의에게 검사 데이터를 전달한다. 이런 진단검사 데이터를 세계적으로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선 공공기관-병원-기업 간 데이터 연계가 어려워 디지털화 작업에 난항을 겪는다는 토로가 나왔다.

5일 대한진단검사의학회와 한국로슈진단이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한 '진단검사가 제시하는 미래 의료와 혁신' 기자간담회에서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윤여민 학술이사(건국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진단검사 데이터는 환자의 증상이 있든 없든 건강관리와 예측, 질환 진료, 감염 관리와 방역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며 "특히 디지털 전환을 통한 4차 산업혁명에서 국내 보건의료데이터가 갖는 경제적 가치는 최대 2조원 규모로 추정될 정도로 잠재 가치가 높다"고 운을 뗐다.

다만 이러한 공공·민간 의료 데이터들의 품질 관리와 표준화 작업 체계가 미흡하고 서로 연계되기 어려운 폐쇄적·독점적 시스템 환경이 국내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그의 토로다.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진단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선 환자들의 진단검사 데이터부터 모여야 하는데, 이 과정부터 막혀있다는 것.

윤 이사는 "예컨대 급성 흉통 환자(유증상)의 질환을 진단할 때 심근경색 진단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삼는데, 현재는 제조사별 검사제품마다 검사 결과에 대한 판정 기준 참고치가 제각각"이라며 "진료지침을 디지털화해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선 각 제조사에서 만드는 검사제품의 판정 기준 참고치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들과 검사실은 세계적으로 매우 우수한 고품질의 진단검사 데이터를 생산·관리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진료 검사 데이터의 디지털 전환과 표준화 향상을 위한 시스템, 제도적 개선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국내 보건의료산업의 혁신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일 ‘진단검사가 제시하는 미래 의료와 혁신’를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임원진과 한국로슈진단 관계자가 우리나라의 진단검사 데이터의 디지털화를 위한 과제를 언급하고 있다. /사진=한국로슈진단

이날 간담회에선 필수의료의 중추 역할을 맡는 진단검사의학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환자를 대면해 증상을 살피고 진료하는 임상의들은 진단검사의학과에서 제공한 검사 결과를 평균 60~70% 의존한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 환자에게 환자가 호흡기 증상이 없어도 검사 결과가 '양성'이면 코로나19로 판정하듯, 검사 영역에 따라 검사 결과에 대한 의존도는 달라진다. 증상이 없어도 병을 진단하는 진단검사의학을 필수의료 영역에 넣어야 하는 이유라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진단검사의학과 지원 기피 현상이 수년간 호전됐다가 다시 악화한 실정이다.

이에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엄태현 정책이사(인제대 일산백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진단검사는 시약 분석에서 환자 진료에 이르기까지 전체 의료 여정에 필요한 의학적 결정의 약 60~70%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효과적인 치료 방향성을 설정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시행하는 필수의료행위"라며 "전국에서 매년 전공의 40여명을 뽑았지만 점차 기피과과 되고 있어,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날 한국로슈진단 디지털 인사이트 사업부 윤무환 전무도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디지털 전환 중요성과 이를 통한 기회를 강조하며 로슈진단의 디지털 진단 사업부 출범 배경과 비즈니스 계획을 공유했다. 윤무환 전무는 "로슈진단은 검사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스마트 랩(Smart Lab) 구현이 검사실 운영 효율성과 유연성, 데이터 보안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데이터에 근거한 통찰력을 제공해 의료진의 의학적 결정 지원, 환자 치료 경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슈진단 디지털 인사이트 솔루션 '네비파이' 포트폴리오를 적용한 이후 검사와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과 인력, 비용 지표가 모두 크게 개선됐고, 이를 실제 사용한 의료진들의 만족도도 9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로슈진단 진단검사사업부 조성호 전무는 "로슈진단은 지난해 기존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유일하게 활용되던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 대비 소요 시간과 비용이 적고 더 이른 시점에 조기 진단이 가능한 뇌척수액(CSF) 검사를 국내에 출시해 알츠하이머병 진단 옵션을 확장하고 검사 효율성을 높였다"며, "향후에는 알츠하이머병의 진단검사뿐만 아니라 사전 선별검사와 치료, 모니터링 단계까지 환자의 전체 의료 여정을 포괄하는 검사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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