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18일 공식 출범했다. 개원의,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 전 직역이 참여하는 의료계 '단일 창구'로서 대정부 협상력을 한층 강화했다. 다만, 정부에게 의대증원 책임자 처벌 등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먼저 요구하는 데다 여야의정협의체에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 실질적인 의료사태 해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18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단을 대상으로 비대위 출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의협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대의원회는 지난 10일 '막말 논란' 등으로 논란을 빚은 임현택 전 회장의 탄핵(불신임)과 비대위 구성을 가결하고, 곧장 지난 13일 투표를 통해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의협 비대위는 내년 1월 차기 회장 보궐선거 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비대위원 과반의 동의로 대정부 투쟁 방향을 결정하고 이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언론 등에 알릴 계획이다.
이번에 출범하는 의협 비대위는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기존에 50여명까지 포함됐던 것과 비교해 '작지만 강한' 비대위를 구성했다는 평가다. 의협에서는 박 위원장을 필두로 나상연, 한미애 등 대의원회 부의장 2명이 비대위원으로 참여한다. 지역 의사회는 이주병 충남의사회장과 최운창 전남의사회장이, 의대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에선 김창수 회장, 김현아 부회장, 배장환 고문이 승선한다. 의원장 추천을 받은 윤용선 바른의료연구소 소장도 비대위원직을 수락했다. 자문위원은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원장,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 장효곤 이노무브 대표, 김연희 법무법인 의성 대표 변호사, 전성훈 법무법인(유한) 한별 변호사, 유튜브 '지식의 칼'로 활동 중인 이재홍 프리드먼 연구원 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박형욱 비대위는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의대협) 학생협회가 각각 3명씩 비대위원으로 참여해 기존 비대위보다 젊은·예비 의사의 발언권이 더 강해졌다. 박형욱 위원장은 "사직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구성안을 제안했다"며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재석 19명에 찬성 18명, 반대 1명이라는 압도적인 숫자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 외에 전공의와 의대생은 개인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박 위원장은 "대다수 국민은 파행적 의료사태가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랄 것이며 의사들도 당연히 그렇다"며 "선배 의사가 전공의와 의대생을 설득해야 한다는 분들도 있지만 불행하게도 (무조건) 정부를 믿으라고 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해 주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대 증원 규모를 협의하지 않았음에도 19차례 협의했다고 한 점 △2000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점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 행정명령으로 전공의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점 등을 지적하며 관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런 조치들이 선행되지 않으면 정부와 협상 또는 대화가 '알리바이용'으로 사용될 뿐이라고 일축했다.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도 "진행 상황을 볼 때 저런 형태에서 유의미한 결과 나올지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문제해결을 위서 정치권과들 시민사회 등을 찾아뵈 조언을 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비대위원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며 '대화'에는 여지를 뒀다.
박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전공의에게 주당 최대 88시간을 일하게 하는 수련 시스템, 초저수가 등으로 인한 필수의료 붕괴의 책임을 정부에게 돌렸다. 잘못된 '진단'으로 잘못된 '치료'(의대증원 등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나오자 전공의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접은 채 떠났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급격한 의대증원은 10년 후유증을 낳을 것이다. 앞으로 그 책임을 누가 지는가"라며 "윤 대통령께서 정부를 신뢰할 조치를 해주시고 (책임자 처벌 등으로) 시한폭탄을 멈추게 해 주신다면 현 사태가 풀리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의협 비대위는 정부의 의료 농단에 대해 지속해서 저항하고 투쟁할 수밖에 없다"며 "그건 우리 사회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총파업과 같은 단체 행동은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개원의가 파업할 수 없다고 하는데 비대위 이름으로 그런 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비대위가 당사자의 입장을 무시하고 이걸 따라야 한다 (강제하는) 그건 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