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떠나면서 의료공백이 생긴 후 '암진료'는 늘었는데 '암수술'은 오히려 줄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되자 이런 환자 피해사례가 해를 넘긴 의정갈등을 잠재울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지난 8일 김택우 신임 회장을 선출했고 2026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책을 조정하려면 이달 안으로는 의정간 대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협상자로 나설 의협으로선 '전공의들이 환자를 두고 떠났다'는 여론이 확산하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서다.
12일 머니투데이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해 2~10월 전국의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암질환으로 중증질환자 산정특례(건강보험 본인부담 경감) 대상자로 등록된 암환자의 진료청구 건수는 985만1268건으로 전년 동기(938만2050건) 대비 46만9218건(5.0%) 증가했다.
암환자들의 진료는 늘었지만 암수술 청구 건수는 14만9177건으로 전년 동기(16만3610건) 대비 1만4433건(8.8%) 줄었다. 암환자들이 수술을 제때 받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공의 공백 여파로 피해를 봤다는 환자들의 '성토'는 암환자뿐 아니라 전체 환자의 신고건수로도 증명된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낸 지난해 2월19일부터 정부가 운영해온 의사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엔 이달 9일 기준 총 5892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수술지연'은 504건, '진료차질' 221건, '입원지연' 44건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환자의 피해가 쌓여가는데도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출근율은 9%에도 채 미치지 않는다. 9일 기준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8.7%로 전체 1만3531명 중 1173명만 출근하고 있다. 심지어 전공의 '신입'격인 인턴의 경우 출근율은 3.3%(3068명 중 102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당근책'을 내놨다. 복지부는 오는 14일부터 이뤄질 레지던트 1년차 추가모집 등 올 상반기(3월) 수련전공의 모집 때 사직 전공의들이 원래 병원에 복귀해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직 1년 내 복귀제한' 규정을 해제, 수련특례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직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돌아가지 않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공백 여파로 인한 환자 피해사례가 더 많이 드러난다면 전공의들에게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새 수장을 앉힌 의협은 이번주 중 집행부 인선을 마무리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대응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제안한 '여야의정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전공의 수련특례와 입영연기 등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정부 측 의견 정리를 보고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 긍정적 답변을 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의대생·전공의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의대증원을 어떻게 할지 정부가 얘기해야 '의료 정상화'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