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실의 백강혁을 위한 응원

박정렬 기자
2025.03.13 05:30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외상외과 의사 백강혁(주지훈 분)은 죽음이 임박한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는 '신의 손'으로 그려진다. 그와 갈등을 빚던 한 의사도 갑작스레 큰 사고를 당한 자신의 딸이 백강혁에 의해 극적으로 살아나자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지난달 중증외상센터'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 1위로 선정됐다. 첨예한 의정갈등에도 '환자를 살리는 의사'는 대중의 마음을 빼앗았다.

백강혁은 환자만을 생각한다. 적자에 허덕이는 중증외상센터는 병원 경영진에게 눈엣가시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민·형사 소송도 안중에 없는 듯, 하고 싶은 '사람 살리는 일'을 마음껏 해낸다.

누군가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은 다르다"고도 한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병원을 지키며 환자를 돌보고, 살려내는 의사는 분명히 있다. 꼭 외상외과나 응급의학과만이 아니다. 갓 전공의를 뗀 전임의부터 은퇴를 미루는 고령의 노(老)교수까지, 자신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필수의료'를 제공하며 병원을 지키는 이들이 바로 현실의 백강혁이다.

그러나 의사를 향한 '응원'을 좀처럼 듣기 힘들다. 의정 갈등 초기 무기한 집단 휴진을 선택한 데 상처받은 환자들이 의사를 보는 눈이 고울리 없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돌아올 집'(대학·병원)을 지키는 스승을 폄훼하고,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의대 교수의 자긍심과 자부심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현실이라면 전임의를 '항문' 간호사를 '조폭'이라 부르며 폭언을 일삼는 백강혁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심판받았을 수 있다. 또 불가항력적 상황이었음에도 의료사고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법원을 드나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청률과 파급력을 볼 때 대중들은 적어도 백강혁을 '악마'라고는 생각지 않는 것 같다. 환자를 위하는 백강혁이 이상적인 의사로 비쳤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병원을 포함해 수련병원을 지키는 의사들은 상당수가 과로로 피폐해져 있다. 전공의의 빈자리를 1년 넘게 감당하며 체력은 떨어지고 정신적 피로가 쌓일 만큼 쌓였다. 소송의 위험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묵묵히 의료현장을 지키는 '현실 백강혁'에게 감사와 응원으로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박정렬 바이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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