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엔 자다 깨거나 뒤척이는 경우가 반복돼 제대로 된 숙면이 어렵다. 이 같은 수면 부족은 피로감으로 이어져 다음날 일상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박정훈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센터장은 "수면은 낮 동안 쌓인 피로를 회복하고 뇌의 기능을 재정비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지속적인 수면 부족은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와 우울증까지 동반할 수 있어 적극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면은 체온 조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체온은 낮 동안 서서히 올라가 저녁 무렵에 가장 높아지고 밤에 점차 떨어지면서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촉진돼 깊은 잠이 들게 된다. 그러나 밤까지 더운 환경, 특히 습도가 높을 땐 땀이 제대로 증발되지 않아 체온 하강이 지연되고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해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적절한 수면 환경의 온도는 24~26℃, 습도는 50~60%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습관도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차가운 음료나 수박 등 수분 함량이 많은 음식을 늦은 저녁에 섭취하면 야간뇨로 인해 수면 중 각성 횟수가 늘어 잠에서 자주 깬다. 밤에 과식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것도 수면에 좋지 않다. 특히 매운 음식은 위장 온도를 높여 수면을 방해하고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산 역류를 유발해 불편함을 초래한다.
만성 수면 부족은 신체적·정신적 문제를 일으켜 심혈관질환, 대사질환, 우울증, 치매 등 여러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우리 몸은 잠을 자는 동안 세포 복구·손상 조직 재생 등을 비롯해 감염과 싸우는 데 필요한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을 생성하며 면역체계를 강화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임상수면의학지 연구 내용에 따르면 불면증 환자는 수면장애가 없는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8.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면증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혈압 감소가 일어나지 않고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돼서다. 임상신경학 논문엔 하루 5시간 미만 수면 시 우울증 발병 위험이 3.74배 높아진단 연구 결과도 밝혀진 바 있다.
불면증은 허리 통증과도 상호 악순환 관계에 있다. 대한통증학회지에 따르면 만성 요통 환자의 43%가 불면증을 겪는다고 보고하며, 불면증이 통증 강도를 높여 예후를 나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북미척추학회지 연구에선 수술 전 수면의 질이 낮을수록 척추 수술 후 통증 점수가 높게 나타나, 수면 부족이 통증 민감성을 높여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불면증 예방을 위해선 평소 정상적인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 우선 낮에는 햇볕을 충분히 쬐야 한다. 햇볕을 받으면 우리 몸의 생체 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잠을 깨우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된다. 이 세로토닌은 밤에 멜라토닌으로 변환돼 숙면을 돕는다.
규칙적 운동은 숙면 유도에 큰 도움이 된다. 단 잠들기 3시간 이전에 강도 높은 운동은 오히려 교감신경을 자극해 수면을 방해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잠들기 2시간 전엔 스마트폰을 멀리해야 한다. 수면에 들기 전 따뜻한 물로 샤워하거나 명상을 하는 등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이완시켜주는 시간을 갖는 것도 방법이다.
올바른 수면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엎드려 자는 자세나 옆으로 누워 어깨와 골반이 어긋난 자세로 자는 것은 척추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동찬 목동힘찬병원 신경외과 원장은 "숙면하기 좋은 수면 자세는 바로 누운 자세로 자는 경우에는 적당한 높이의 베개를 베고, 무릎 밑에도 낮은 베개를 고여서 요추를 이완시켜주는 것"이라며 "옆으로 누워 잘 때는 어깨높이에 맞는 베개를 베고 다리 사이엔 낮은 베개를 고이고 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