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향정신성의약품을 "대리 수령했지만 대리 처방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석연찮다는 견해가 의료계와 법조계에서 흘러나온다. '비대면진료로 처방받고, 매니저가 대리 수령했다'는 건데 이들 행위 모두 현행 의료법상 불가능해서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2022년부터 최근까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니저를 통해 대리 수령한 혐의로 싸이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대학병원 교수 A씨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 조사받고 있다.
싸이 측은 "전문의약품인 수면제를 대리 수령한 점은 명백한 과오이자 불찰"이라면서도 "의료진의 지도하에 정해진 용량을 처방받아 복용해 왔으며 대리 처방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면 진료 없이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불안장애 치료제 '자낙스', 수면제 '스틸녹스'를 꾸준히 처방받았으나, 매니저가 대신 수령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여기에서 짚어볼 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비대면진료로 처방할 수 없는 약'을 비대면진료로 처방받았다는 것이다. 싸이가 처방받은 약은 졸피뎀(불안장애 치료제), 알프라졸람(수면제)이라는 성분이 든 향정신성의약품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사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며, 오·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약물 의존성·중독성이 매우 높아, 보건복지부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약류로 별도 지정해 관리한다.
싸이가 처방받은 향정신성의약품은 2021년 11월부터 오남용 우려로 비대면 처방이 금지된 약물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시기에도 향정신성의약품은 제외됐다. 하지만 싸이 측은 "코로나19 시기부터 비대면진료로 약을 처방받아 왔다"는 입장이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싸이가 받은 약은 널리 쓰이는 치료제이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의존성과 중독성이 생기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이상 행동이나 의존성을 파악해야 한다"며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약을 전달받아서 약물 오남용이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만약 싸이가 마약류 약물을 남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방받았다면 마약류관리법이 적용될 수 있다.
양 과장은 "현재 비대면 진료 프로그램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해선 안 되는 경우에도 처방이 가능하다"며 "병원과 약국에서 금지 의약품의 비대면 처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짚어볼 두 번째는 처방약을 '매니저'가 대리수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의약품 대리수령과 대리처방은 모두 의료법에서 규정한 직접 진찰 의무 위반이라고 본다.
의료법 제17조 2항(처방전)에선 의사가 직접 진찰한 환자가 아니면 처방전을 내줄 수 없다고 규정한다. 환자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곤란한 경우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환자의 직계존비속 등이 처방전을 대리수령할 수는 있지만, 싸이의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해당 규정을 위반한 경우 의사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직접 진찰받지 않고 처방전을 타간 환자는 벌금 500만 원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싸이가 이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바빠서 매니저가 대리 수령만 했다는 정황이 유리한 양형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은 있다.
만약 대리수령 차원을 넘어, 실제 환자(싸이)가 아닌 다른 사람(매니저)의 명의로 진료받고 약을 처방받았다면 더 심각한 문제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예컨대 싸이가 매니저의 명의로 처방전을 타갔다면 의료법 제22조 3항(의무기록 허위기재) 위반으로 의사에겐 '진료기록부 허위작성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 싸이가 의사와 허위 처방을 '공모'했다면 싸이에게도 공범 혐의가 적용된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의사가 박 씨에게 줄 목적으로 처방전을 줬는지 다른 사람에게 줬는지 구분해야 한다"며 "의약품을 싸이의 이름으로 처방받았더라도 직접 진료 원칙 위반이고, 싸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명의로 처방받은 거라면 허위 진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단순히 개인 문제가 아닌, 유명인으로서 사회 전체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철저히 다뤄져야 한다"고 28일 입장을 밝혔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향정신성의약품은 의존성과 중독성이 높아 대면 진료를 통해 환자 본인에게 직접 처방·교부돼야 한다"며 "이를 위반하는 행위는 국민의 건강을 해치고 의료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중대한 사안으로 사회적 경각심을 다시 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와 관련 '전문가평가단'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할 예정이다. 또 불법 처방, 대리 수령 같은 일탈 행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자율정화 역량을 강화하고, 향정신성의약품을 포함한 전문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정부·국회와 협력해 제도를 개선하도록 힘쓰겠다는 입장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