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고향 돌아온 기분" 전공의 드디어 복귀…환자들 "정상화 기대"

홍효진 기자
2025.09.01 15:37

집단사직 1년반만에 '전공의 복귀'
환자·보호자 "의료현장 안정화 기대"
지방병원 '인력부족' 악화…"골든타임 놓칠까 우려"
박단 전공의 복귀 불발에…"미달에도 보복성 탈락" 의견도

지난해 2월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이 복귀한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진이 복도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네요."

지방의 한 대학병원 내과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A씨(레지던트 3년차)는 1일 오전 복귀 소회를 묻는 본지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사직 후 1년6개월을 넘긴 이날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통해 기존에 수련받던 병원 현장에 복귀했다. 그는 "바깥세상과 달리 대학병원은 여전히 1분1초를 다투는 치열한 세상이었다"며 "미래가 보이지 않아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의 한 대형병원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수련 현장에 돌아온 전공의 B씨(여·레지던트 4년차)도 "오랜만에 아이들(소아 환자)을 볼 수 있어 좋다"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B씨는 "모든 문제가 온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라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이들과 보호자들, 병동 및 외래 선생님들과 이전과 같은 관계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더 늘려야 한단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발해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은 사직 1년 반을 넘긴 이날 대부분 의료현장에 돌아왔다. 앞서 전국 수련병원은 지난달 11~29일 하반기 모집을 통해 총 1만3498명의 전공의를 모집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이 복귀한 첫날인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위치한 전공의 전용 공간. /사진=홍효진 기자

이날 기자가 병원에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은 대부분 전공의 복귀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C씨(55)는 "뇌전증을 앓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응급실 뺑뺑이를 직접 겪었다"며 "근무지인 경기 화성 지역에서 갑자기 쓰러졌는데 주변 응급실은 모두 못 받는다고 해서 안산까지 가야 했다. 전공의 복귀로 의료가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족 중 암 환자가 있다는 D씨(50대)는 "의사 집단 파업은 잘못된 행동"이라면서도 "수술 대기가 길어지는 등 여러 불편함이 있었는데 (전공의 복귀) 이전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12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병동에서 만난 E씨(여·30대)도 "전공의 복귀로 상황이 안정화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충남에 사는 E씨는 수신증(콩팥의 신우와 신배가 늘어나 있는 상태)을 앓는 생후 10개월 된 아들의 검진을 위해 이날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했다. 그는 "전공의 복귀 영향인진 확신이 어렵지만 아기 수술 일정도 앞당겨졌다"며 "임신 당시 (의정사태) 시기가 겹치면서 제대로 진료를 못 받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안정적으로 (현장이)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이 복귀한 첫날인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지하 '서암강당'에서 전공의 오리엔테이션(OT)이 진행됐다. /사진=홍효진 기자

다만 필수과 기피 현상에 따른 인력 부족이 심각한 만큼 실질적 사태 해결은 장기 과제가 될 전망이다. 소청과 전공의 A씨는 "저희 의국은 20% 이상이 수련을 포기한 상태로, 수련 포기 인원과 입대자까지 고려하면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며 "수련 포기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고민의 대부분 과정 동안 (의료사고 관련) 법적 부담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1년6개월 간 새로 알려진 여러 판례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병원 상황은 더 심각하다. 내과 전공의 B씨는 "열심히 설득해 동료들과 함께 수련을 재개했지만 군 입대자와 다른 진로를 찾아 떠난 전공의들이 있어 정원의 60% 정도(의 인원)가 현장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증핵심의료과들은 초를 다투는 응급 상황이 발생하는데, 지방에서 자체 해결이 안 되면 골든타임을 놓치는 환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정사태 기간 악화된 교수와 전공의 간 신뢰 회복과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업무 범위 재조정 등에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수·전공의 간 갈등은 '강경파'로 불려온 박단 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복귀가 불발되는 등 이미 현실화된 분위기다. 박 전 위원장이 지원한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는 이번 모집에서 정원 미달임에도 박 전 위원장을 탈락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 입장에선 박 전 위원장이 교수 및 기복귀자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지원자 간 경쟁도 없는 과에서 사실상 보복성으로 탈락시킨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이 복귀한 첫날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걸어가는 모습. /사진=홍효진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