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시행에 맞춰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환자는 살던 곳에서 편히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금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집에서 즉시 조회할 수도 없고 응급상황과 생애 말기의 판단 기준도 모호해, 결국은 환자가 응급실에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대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권역호스피스센터장은 전날(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미디어 포럼에서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따른 연명의료결정제도의 구조적 리폼'을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고도 생애 말기 '존엄하지 못한' 죽음을 맞는 환자가 아직 많다. 한 83세 여성은 심장 기능이 떨어진 심부전과 뇌경색 후 편마비, 각종 만성질환으로 1년간 누운 채 재택 진료를 받았다. 신체 기능은 떨어졌지만 의식은 명료했고 시간과 장소를 식별하는 지남력과 판단력에도 문제가 없었다.
그는 재택의료팀에 "집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폐렴에 걸렸을 때, 격리된 채로 중환자실에서 기계 치료를 받은 기억은 그에게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이미 70대 중반에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으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열이 오르고, 소변량이 줄며 기력이 쇠해지자 가족들은 불안해했고 재택의료팀도 집에서 임종을 맞자고 '결정'할 수 없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당장 확인할 방법이 없고, 정밀 검사 없이는 환자를 방치한 것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이런 사례를 공유하며 "결국 보호자나 의사나 응급실 이송이라는 '안전한 오답'을 선택한다"며 "정작 환자는 가장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하는 선택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통합돌봄 신청자가 2만명을 넘었지만 현장은 딜레마로 가득하다. 검사를 위해 병원에 가면 연명치료를 원치 않았는데도 치료가 시작되고, 집에 남으면 의사는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환자는 '방치'되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문제는 환자의 의사가 아니라 이런 명확한 의사를 실행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제도적 길'이 재택 현장에 없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독자들의 PICK!
그는 이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첫째,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돌봄계획 과정의 결과물로서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저 하나의 문서가 아니라 환자의 가치, 돌봄 목표 등을 반영하고 주치의·가족 등이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대리의사결정자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환자가 직접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을 때, 또는 가족이 없는 1인 가구도 자기 결정권을 지킬 수 있게 가치관을 공유하는 대리인을 정하고 법적 권한을 부여하자고 했다.

셋째, 김 센터장은 재택의료센터가 진료 기관이 아닌, 생애말기 의사결정의 '기록 보관소'이자 '실행 주체'로 설 수 있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확인을 허용하는 등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애 말기에 10분 설명 후 '한 번만 본' 전공의에게 서명받기보다 오랜 기간 환자와 교감한 재택의료팀이 이를 받고 실제 임종 선언을 하는 게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노쇠와 다질환 등 재가 환자의 특성을 반영한 포괄적 임종기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며 "의료진의 평가, 가족 상담, 기록 요건을 충족한 경우 선의의 임상 판단에 대한 법적 보호 범위를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연명의료 중단 이후 증상 완화를 포함한 돌봄 서비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환자와 가족이 죽음을 앞당겼다는 불안과 죄책감이 들지 않게 "의사가 연명의료에 이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살던 곳에서의 마지막'은 선언이나 문서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환자의 의사, 현장 판단, 제도적 보호가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