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높은' 완화의료, 암환자 생존율 2배 이상 높여…우울 증세도 절반↓

홍효진 기자
2025.09.22 10:28

[의료in리포트]
조기 완화의료 질적 수준, 암환자 생존율 등에 직접적 영향

(왼쪽부터)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은교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사진제공=서울대병원

조기 완화의료의 질적 수준이 암 환자 생존율과 삶의 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 높은 조기 완화의료를 받은 진행성 암 환자의 생존율은 2배 이상 높아졌고 우울 증세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22일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진(강은교 국립암센터 교수·고수진 울산대병원 교수)은 국내 병원 12곳에서 진행성 암 환자 144명을 대상으로 조기 완화의료의 질이 환자의 △정신건강 △삶의 질 △자기관리 능력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완화의료란 중증질환자와 그 가족이 치료 과정 중 경험하는 증상과 불편함,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경감시켜 삶의 질을 높이는 통합적 의료서비스다. 이번 연구는 2017년 9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진행된 무작위 대조 임상 데이터를 활용한 2차 분석으로, 연구진은 이를 통해 환자가 경험한 완화의료의 질에 따라 예후 차이를 확인했다.

연구 시작 시점에 환자가 체감하는 완화의료의 질은 연구진이 개발한 '완화의료 질 평가 설문'(QCQ-PC)으로 평가됐다. 이 설문은 의료진과의 소통, 의사결정 참여, 돌봄의 연속성과 조정, 정서적 지지 등 환자 경험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검증된 도구다. 연구팀은 QCQ-PC 점수 평균값을 기준으로 환자를 '질 높은 완화의료군'(76명)과 '질 낮은 완화의료군'(68명)으로 구분하고 우울(PHQ-9), 삶의 질(MQOL, EORTC QLQ-C15-PAL), 자기관리 전략(SAT-SF), 2년 생존율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연구 시작 시점에서 두 집단의 우울 유병률은 각각 35.5%와 40.3%로 비슷했으나, 24주 후엔 질 높은 완화의료군이 14.7%로 크게 낮아진 것이 확인됐다. 반면 질 낮은 완화의료군은 39.1%로 유지돼 두 집단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성(p=0.036)을 보였다. 2년 생존율도 질 높은 완화의료군은 25.0%였지만, 질 낮은 완화의료군은 11.8%에 그쳐 2배 이상의 차이를 나타냈다(p=0.0056).

삶의 질 분석에서는 MQOL(맥길 삶의 질 질문지)의 실존적·사회적 지지 영역에서 질 높은 완화의료군이 24주 시점에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다만 전반적 삶의 질을 평가한 EORTC QLQ-C15-PAL(유럽암연구치료기구 삶의 질 평가 도구)에서는 두 집단 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자기관리 전략은 18주와 24주 시점 모두에서 준비 전략과 실행 전략 점수가 질 높은 완화의료군에서 유의미하게 향상돼, 환자들이 질병으로 인한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개선됐음을 보여줬다.

진행성 암 환자는 치료 방법이 제한적일 뿐 아니라 통증, 불안, 우울, 삶의 의미 상실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돕기 위해 조기 완화의료가 도입돼 왔지만, 질적 수준이 환자의 삶과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었다.

강은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조기 완화의료의 질이 환자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입증해 근거가 부족했던 영역에 학술적·정책적 의미를 더했다"며 "완화의료의 질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윤영호 교수는 "국내에선 아직 완화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충분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완화의료 서비스를 양적으로 확대하고 질적 수준을 체계적으로 평가·관리하는 체계를 도입해 환자가 어디서든 질 높은 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통증과 증상 치료'(Journal of Pain and Symptom Management)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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