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서 배우 구성환(45)이 난치성 피부병 '백반증'을 앓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백반증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구씨는 "해외에서 영화 촬영 후 백반증이 생겼다"며 평소 얼굴에 선크림을 떡칠하듯 듬뿍 바른 채 외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관리해도 최근 피부과에서 '백반증 부위가 더 넓어졌다'는 결과를 얻었다. 과연 백반증은 어떤 질환일까.
백반증은 피부의 멜라닌세포가 사라지면서 하얀 반점이 생기는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 백반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21년 5만8880명에서 지난해 6만9777명으로 3년 새 18.5% 늘었다. 오존층이 점차 파괴되면서 자외선에 피부가 노출될 기회가 늘면서 백반증 같은 피부 질환이 빠르게 느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멜라닌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졌다. 갑상샘(갑상선) 질환, 원형탈모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백반증 환자의 15~20%는 가족력이 있다.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됐거나, 피부 외상(상처)이 백반증의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항산화 효소의 불균형, 칼슘 섭취 이상 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백반증은 통증이 없고 증상 초기에는 반점이 작아 알아차리기 어려워 방치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점이 넓어지고, 전신으로 퍼질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특히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면 주변 피부가 햇볕에 그을리며 백반 부위가 더 도드라져 보인다.
백반증은 생명엔 지장을 주지 않지만, 외관상 문제로 환자에게 심리적·사회적 고통을 유발한다. 얼굴·목·손·발 등 노출된 부위가 아닌, 비노출부에 백반증 병변이 있어도 환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대한백반증색소학회가 주관해 15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2023년 3월~2024년 9월 비노출부 백반증 환자 273명의 삶의 질과 정신건강에 대해 설문조사했더니 환자의 76.6%가 삶의 질에 영향을 받는다고 호소했다. 또 환자의 23.9%는 중등도의 백반증에서 심각한 불안감을, 20.1%는 중등도에서 심각한 우울 증상을 경험했다.
또 백반증 환자의 70.4%는 "질병이 더 진행할까 걱정한다"고 답했고, 52.7%는 "백반증을 관리하는 게 힘들다"고 호소했다. 42.8%는 "외모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37%는 "피부 치료로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김정은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대한백반증색소학회 홍보이사)는 "이 연구는 노출부가 아니어서 간과하기 쉬운 비노출부의 백반증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삶의 질과 정신건강의 여러 지표를 살펴본 것"이라며 "이들의 신체뿐만 아니라 심리적·사회적·경제적 측면에서도 백반증 환자에게 모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반증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피부질환으로는 △피부경화증 △백색잔비늘증 △탈색증 등이 있는데, 일반인이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유화정 교수는 "이들 질환은 겉보기에는 모두 피부가 하얗게 변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원인과 치료 방법은 각각 다르다"며 "단순히 눈에 보이는 증상만으로는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려우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히 진단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까지 백반증의 완벽한 치료법은 없지만 여러 치료법으로 증상을 완화하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대표적인 치료는 약물치료가 있으며, 이는 피부 염증을 억제해 색소 회복을 돕고 주로 국소 부위에 사용된다.
멜라닌 세포의 활성을 촉진하기 위해 국소 자외선B(UVB) 치료 등 광선치료가 시행되기도 한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정상 피부에서 멜라닌 세포를 채취해 옮겨 심는 자가 피부 이식과 같은 외과적 치료가 활용되기도 한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백반증은 무엇보다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햇볕에 민감한 백반 부위는 일광화상이나 피부암 발생 위험이 높아 자외선 차단제를 3~4시간 간격으로 반복해서 바르고, 자외선을 막기 위해 긴소매 옷을 착용하는 게 좋다. 유화정 교수는 "백반증은 100명 중 1~2명꼴로 발생하는 흔한 질환"이라며 "가족력이 있거나 장시간 야외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