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소지 없다" 지역의사제 급물살, '제2 의정갈등' 우려도

홍효진 기자
2025.10.16 16:18

지역의사제, 복지부 국감 쟁점으로
정은경 장관 "위헌 소지 없다" 재확인
'선제적 도입' 일본, 자치의대·지역정원제 운영
의료계 "정책 실효성 없어…복무 후 무더기 이탈 어떻게 막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복귀한 지난달 1일 대구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역의사제 등을 내세운 '지필공'(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책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 여당이 제도화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의료계가 기본권 침해와 정책 실효성 부족 등을 이유로 정부안에 반발 중인 만큼 '제2의 의정갈등'이 야기될 수 있단 우려가 지속된다.

16일 국회·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지역의사제의 위헌 소지를 일축하고, 10년 복무형·계약형 지역의사를 제도화하는 법안을 내놓는 등 지역의사제 입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복지부 대상 국감 첫날인 지난 14일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지역의사법)을 대표 발의, △대학 입학 전형을 통해 선발·육성한 '복무형 지역의사'(의사·치과의사·한의사)를 10년간 지역 의료기관에 배치·복무하도록 하는 형태와 △복지부 장관이 정한 지역 의료기관에 전문의가 '계약형 지역의사'로 5~10년 범위에서 근무하는 형태를 법안에 명시했다. 계약형 지역의사는 당초 계약기간 이내 범위에서 계약을 연장·갱신할 수 있다.

입법화에 속도를 내는 여당에선 해외 사례를 본뜬 모델을 우선 고려해야 한단 의견도 나온다.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지역의사법에도 대입 전형 관련 '미국·호주·일본 등 해외 정책을 참고한 전형을 통해 인력을 선발'한단 내용이 담겼다. 특히 우리나라와 의료 환경이 가장 유사한 일본의 경우 1972년부터 일찍이 47곳 지방정부(도도부현) 공동 설립의 '자치의대'를 시행하는 한편, 1997년 기존 의대에 별도 정원을 인정하는 '지역정원제'를 두면서 9년간의 의무복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전국지자체병원협의회(全国自治体病院協議会)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자치의대 졸업생(4857명)의 의무이행률은 74.1%(3603명), 지역정원제도의 의무이행률은 84.8%로 나타났다.

일본 자치의과대학 및 지역정원제도 개요.(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참고)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다만 의료계 반발이 심한 만큼 현 정부의 지필공 정책안이 '제2의 의정갈등'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단 우려도 적잖다. 의료계는 10년간 의사를 한 지역에 묶어두는 것이 헌법상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단 점을 비롯해, 의무복무를 마친 인력이 수도권으로 무더기 이탈할 가능성 등을 문제 삼는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국가가 강제로 인력을 지방에 보내도 의무복무만 마치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의료 환경에 맞는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일본도 정부에선 (자치의대 모델을)성공했다고 주장하지만, 현지 의사들은 '도도부현에서 뽑는 인력이 전체 지역을 대신할 수 없다'며 회의적인 의견도 많다"며 "대만도 1975년 공공의대를 설립해 운영했지만 10여년 만에 일반 의대 연구 중심 대학으로 바뀌었다. 국가에서 지원한다고 해도 젊은 인력이 올 만한 유인책이 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는 의료계의 이 같은 우려를 일축,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지역의사제 첫발을 떼겠단 입장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감에서 "지역의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등을 검토한 결과 위헌적 제도로 보기 어렵단 통보를 받았다"며 "지필공 계획에 대해 포괄적·체계적인 계획을 만들겠다"고 강행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여야 의원이 지역의사제 도입 등을 골자로 각각 대표 발의한 필수의료 육성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인력 양성 관련 별도로 마련된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민주당 김원이·강선우 의원 각각 대표 발의) 및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박덕흠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 역시 지난달 법안소위를 넘지 못한 상태로 연내 입법화에 속도가 날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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