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골수종은 골수 내에서 항체를 생산하는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며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전신의 뼈를 침범하며 빈혈, 고칼슘혈증, 신부전, 면역기능 저하 등 다양한 임상 증상을 동반한다. 과거에는 매우 드문 질환으로 여겼지만 진단 기술의 발전과 최근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최근 국내에서만 매년 1900여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2~3번째로 흔한 혈액암이 됐다.
발병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방사선 노출, 농약, 석유 제품, 가죽 가공 등에 종사한 사람들에게서 발병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된다. 또한 염색체 이상과 유전자 변이 역시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60~70대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해 노화와 관련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발골수종 환자는 주로 뼈 통증을 호소하며 병적 골절이 흔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고령 환자가 특별한 충격 없이 또는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한다면 다발골수종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빈혈로 인한 피로감 △고칼슘혈증으로 인한 갈증과 마비 증상 △신기능 저하로 인한 부종 및 소변량 감소 △면역 저하로 인한 반복되는 감염도 주요 증상이다. 경우에 따라선 별다른 증상 없이 혈액검사나 소변검사에서 M-단백이 발견돼 의뢰되기도 한다.
다발골수종 치료는 관련 임상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서 권고된다. 골수검사에서 악성 형질세포가 10% 이상이더라도 관련 임상증상이 없다면 치료 없이 경과 관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발골수종은 반복적 재발이 특징인 만큼 치료의 주요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생존 기간 연장과 삶의 질 유지에 있다.
1차 치료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20년 전엔 탈리도마이드 또는 보르테조밉 중 하나와 덱사메타손을 병용하는 2제 요법이 주요 치료 방법이었다. 반면 최근엔 보르테조밉·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을 병용하는 3제 요법(VRD 요법)이 표준 1차 치료로 자리 잡았고 여기에 다라투무맙을 추가한 4제 병합요법(D-VRD 요법)이 더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다만 국내에선 아직 D-VRD 요법이 허가되지 않아, 레날리도마이드 대신 탈리도마이드를 사용하는 D-VTD 요법이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한 환자에게 보험 급여 적용돼 사용되기 시작했다.
재발은 다발골수종 치료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재는 재발한 환자에서 카필조밉·익사조밉·다라투무맙·포말리도마이드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병합요법이 사용되고 있다. 더불어 이중항체 치료제와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는 기존 표준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서도 놀라운 반응률을 보여주며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CAR-T 세포치료제는 평균 6차례 이상의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90% 이상의 반응률을 기록하며 주목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이중항체 치료제는 암세포와 T세포를 동시에 타깃해 T세포의 면역 반응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비슷한 환자군에서 60% 이상의 반응률과 1년 이상의 무진행생존기간을 보고했다.
감염 예방 또한 매우 중요하다. 다발골수종 환자는 면역력 저하로 감염에 특히 취약해 매년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과 3~5년마다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 보르테조밉, 카필조밉 등 특정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는 대상포진 예방을 위한 항바이러스제의 복용이 필수적이며 레날리도마이드, 탈리도마이드, 포말리도마이드와 같은 약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항혈전제인 아스피린 복용이 권고된다.
오늘날 다발골수종은 다양한 신약과 치료법의 발전으로 장기 생존이 가능해진 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환자는 10년 이상 재발 없이 생존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그러나 치료 접근성 문제, 고가의 신약 비용, 보험 적용 한계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 합리적 약가 제도 개선이 병행된다면 다발골수종 환자도 '완치'란 단어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외부 기고자-정성훈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혈액내과 교수